고속도로 명칭은 어떻게 정해질까. 국토교통부 예규인 ‘고속국도 등 노선번호 및 노선명 관리지침’에 따른다가 정답이다. 노선이 급격히 늘어나자 국토부는 1997년부터 노선명을 붙일 때 나름의 원칙을 세웠고, 이를 올해 9월 관리지침으로 확정했다. 지침 11조에 따르면 노선명은 기점과 종점의 도시 이름을 연결해 만들어진다. 배열 방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여한다. 내년 말 착공되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역시 기본설계를 거쳐 노선이 정해지면 정식 명칭은 세종∼서울고속도로가 된다.
70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는 서울∼부산선으로 불리다 81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원칙이 정해진 97년 이전이라 ‘경부’를 그대로 쓰고 있다. 68년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통과 지역의 지리적 위치나 역사문화 자산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영동, 서해안, 중부내륙,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88올림픽고속도로가 4차선 확장공사를 마치고 22일 개통과 함께 명칭을 바꿨다. 서쪽에 있는 도시를 먼저 쓴다는 지침에 따라 광주∼대구고속도로로 이름이 변경된 것이다. 이 도로는 81년 10월 열린 기공식장에서 88서울올림픽 유치(81년 9월 30일 발표)를 기념해 이름을 붙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88올림픽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죽음의 도로’로 악명이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올림픽 유치 의미가 퇴색되면서 노선명 변경이 추진됐다. ㎞당 사망자 수는 연간 0.05명으로 전국 고속도로 연간 평균치(0.03명)의 2배에 육박할 정도였다.
대구와 광주에서는 각각 옛 지명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딴 ‘달빛고속도로’로 명명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축약된 노선명 ‘광대고속도로’에 대한 논란이 만만치 않지만 ‘죽음의 도로’의 오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영호남 ‘화합의 도로’로 탈바꿈하길 기대해 본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광주∼대구고속도로
입력 2015-12-23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