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확대냐 포퓰리즘이냐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 간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각자의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고 자기 자신도 확신을 갖기 힘들 것이다.
공자의 ‘중용’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성장과 분배는 동시에 중요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양자의 균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지자체의 통계자료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22일 통계청에서 작성한 2014년 시·도 단위의 소득통계가 발표됐지만 지자체에서 작성하는 시·군·구 단위 통계는 상당히 열악하다. 현재 서울, 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통계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시·군·구 지역 내 총생산(GRDP·생산 측면의 지역소득통계)을 작성하고는 있으나 3년이 지난 2012년 통계가 가장 최신이어서 시의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분배와 지출 측면의 시·군·구 단위 소득통계는 아예 작성되고 있지도 않다. 예컨대 해당 지역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면 그 원인이 소비회복 지연에 있는 것인지 투자 부진 지속이나 수출 둔화 때문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지역통계의 열악함이 비단 시·군·구 소득통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지역통계는 586종으로,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 보면 해당 지역의 경제·사회 환경 및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통계는 35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통계인력은 2006년 556명에서 2014년 360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그나마도 잦은 순환 보직으로 전문성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모든 지역 관련 통계를 통계청에서 작성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가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은 그동안 지역통계 확충 및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의 인구추계 및 소득추계 매뉴얼 개발, 5개 지방통계청에 지역통계과 신설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분산형 통계생산방식 체제에서 지역통계의 ‘정상화’라는 난제가 통계청만의 노력으로 다 해결될 수는 없다. 더욱이 지역통계 전반이 미흡한 데는 각 지자체의 통계에 대한 인식 부족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1995년 지자체장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가 전면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자체장들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표조차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성장률이 떨어지면 정부 정책을 탓하는데, 지자체 차원에서는 이런 평가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또한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업무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주민의 소득수준 등 시의성 있는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장의 눈앞에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재정지출 측면만을 강화하려는 동기가 더 우선시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광역 및 기초지자체는 지역정책의 합리적인 수립, 집행 및 평가를 위해 통계 인력과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하다.
통계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과거를 평가하는 기반이다. 통계를 중시하는 지자체는 그만큼 과거의 정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반성을 토대로 미래를 잘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민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미래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에는 통계청을 포함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노력들이 한데 어우러져 전국과 지역통계가 모두 잘 갖춰진 나라, 그래서 통계라는 사회적 공기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평가되고 사람들의 의견 다툼이 조정되고 해소되는 나라, 그런 우리나라를 고대해 본다.
유경준 통계청장
[시사풍향계-유경준] 지역통계 구축 없이 지역발전 없다
입력 2015-12-23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