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탈출 소녀, 3년전 실종신고만 접수됐어도…

입력 2015-12-22 23:26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리다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 탈출한 아동학대 피해자 A양(11)은 발표를 잘하는 똑똑한 초등학생이었다. 글씨도 예쁘게 잘 썼다. 학업 성적은 중상위권이었고 독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다만 결석이 잦았다. 2012년 8월 20일부터는 아예 등교를 하지 않았다.

A양이 무단결석을 하자 담임교사는 같은 달 23일부터 29일까지 세 차례 A양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집 현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이웃들은 “그집 이사갔다”고 말했다.

9월 어느 날 갑자기 학교로 찾아온 A양의 친할머니를 보고 담임교사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A양의 친할머니는 학교 관계자에게 “손녀가 어디로 이사갔느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놀란 담임교사는 곧장 인근 경찰서 지구대로 달려가 실종 신고를 하려 했다. 그러나 담임교사가 부모나 조부모 등 친권자가 아닌 데다 A양이 부모와 함께 이사를 갔다는 이유로 실종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부모를 따라 2013년 인천 연수구의 한 빌라에 정착했으나 A양 아버지 B씨(32)는 전입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의무교육을 방해받는 학생의 보호자에게 취학이나 출석을 독촉할 자격이 있는 읍·면·동장이나 교육감도 방치된 A양의 존재를 알지 못해 손을 쓸 수 없었다. 최초 담임교사의 실종신고만 경찰에 접수됐어도, B씨가 전입신고만 했어도 2년에 걸친 학대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안타까움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