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로 돌아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친박(친박근혜)계는 당내 선거에서 비박(비박근혜)계에 연전연패(連戰連敗)했다. 공교롭게 그의 복귀와 맞물려 계파 간 ‘끝장 대결’이 펼쳐질 특별기구가 출범, 양측의 긴장감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친박 구심력 복원되나=친박 진영의 최대 약점은 조직력이었다. 친박계 한 의원은 22일 “원내뿐 아니라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아우르는 야전사령관이 없으니 조직력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한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친박계는 ‘다핵(多核)’ 구조였다.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수도권 3선 중진 홍문종 의원,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윤상현 의원 등이 비박계와 사안마다 각개전투를 벌이는 형국이 지속돼 왔다.
‘12·21개각’을 통한 최 부총리의 귀환으로 친박계 내부에선 구심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최 부총리가 인재 영입뿐 아니라 물밑에서 총선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경환-현기환 당청라인 팀플레이’를 전제로 한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당내 확실한 ‘대리인’인 최 부총리가 19대 총선 당시 권영세 사무총장과 함께 공천 작업을 주도했던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당 공천뿐 아니라 총선 전략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가 이미 분화단계에 접어들어 최 부총리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수도권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은 지금껏 모두 1대 1로 상대했지 누구를 ‘대장’으로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도권과 영남권 친박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갈등 소지가 있어 최 부총리가 친박 전체의 구심점이 되기 힘들다”고 했다.
◇계파 신경전 속 특별기구 출범=우여곡절 끝에 3개월 만에 인선을 마친 공천제도특별위원회도 이날 첫 회의를 가졌다. 황진하 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박종희 제2사무부총장·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과 홍일표 이진복 김재원 정미경 김상훈 김태흠 강석훈 김도읍 박윤옥 의원 등 13명이 각각 당연직과 일반 위원으로 참여했다.
쟁점 법안 처리라는 현안 때문에 당장 계파 갈등이 표면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선투표제 등을 두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조만간 ‘파워게임’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열린 임명장 수여식부터 본회의까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 점도 양측의 예민한 분위기를 반영했다.
황 사무총장은 첫 회의 직후 후보자 경선 방식, 우선추천 지역과 단수추천 지역에 대한 룰 정의, 후보자 자격심사 기준 요건, 여성·장애인·청년 등 소수자 배려에 대한 논의 등 총 네 가지 논의 주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수추천 제도에 대해 황 총장은 “우선추천 지역에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신청한 후보자가 출중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 단수로 공천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물갈이’를 위해 기준 미달 현역 의원을 공천 후보군에서 원천 배제하는 ‘컷오프’와 전략공천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친박계가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데다 야당이 인위적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어 ‘개혁공천’의 명분으로 컷오프 등이 의제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위는 25일부터 27일까지 연속 회의를 하는 등 공천 룰 제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이슈분석] ‘친박’ 야전사령관 최경환의 귀환… ‘비박’과 일전 예고
입력 2015-12-22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