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요지부동 오염시설 인허가 대폭 간소화… ‘환경·경제’ 두 마리 토끼 잡힐까

입력 2015-12-22 21:29

1971년 도입된 환경오염시설 설치·허가 제도가 40여년 만에 대대적으로 바뀐다. 형식적 인허가를 하나로 합치고, 획일적인 배출 기준을 환경에 미치는 실제 영향 중심으로 체계화한다. 환경은 환경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살리겠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 관리에 관한 법률’을 22일 제정해 공포했다. 법이 적용되는 2017년부터 산업 현장과 주변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제각각 인허가, 온라인에서 ‘원샷’=경기도 안산에 있는 열병합발전소는 건설 과정에서 환경 관련 인허가 9종, 약 80건을 받아야 했다.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 64개에다 대기 수질 토양 소음·진동 등 오염매체 종류마다 각기 다른 인허가가 필요해서다. 시설이나 연료, 공정 등이 변경돼 새 오염물질이 발생할 때마다 변경 허가도 받아야 한다.

여기에다 연간 최대 11회에 달하는 지도점검도 받아야 한다. 담당 기관은 경기도, 안산시, 지방환경청 등 제각각이다. 업종 특성과 무관하게 방류구나 굴뚝 오염 농도만 맞추는 획일적 절차가 ‘원흉’이다. 이런 인허가 과정에서 서로 다른 오염물질의 상호 작용이 사업장 주변 환경이나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고려되지 않는다.

새로 시행되는 통합법은 이런 현장의 불편과 문제점을 풀면서 동시에 환경오염을 실질적으로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오염 매체마다 최대 10여개에 이르는 인허가를 사업장당 하나로 통합했다. 시설별로 건당 최대 73종이 필요한 서류도 사업장당 ‘통합환경관리계획서’ 하나로 묶었다. 통합환경관리계획서는 환경부 장관 앞으로 온라인 제출하면 된다. 변경 허가와 각종 신고, 사후관리도 사업장 단위로 이뤄지게 된다.

또 허가 조건과 배출 기준은 5년마다 기술발전 수준, 관리 적정성, 사업장 주변 여건, 사업자 의견 등을 검토해 ‘맞춤형’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면서도 경제성이 높은 최적 기술을 찾는 ‘최적가용기법(BAT) 기준서’를 기업·전문가·정부가 함께 만들어 보급한다. 사업자는 배출시설 등의 운영 관리에 관한 연간 보고서를 제출하고 허가·관리 사항을 공개해 제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게 된다.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나=통합법은 2017년 전기업 등 3개 업종을 시작으로 연간 대기오염물질 발생량 20t 이상이거나(대기 1·2종), 수질오염물질을 하루 700㎥ 이상(수질 1·2종) 배출하는 20개 업종에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기존 사업장은 해당 업종 시행일부터 4년 이내에 통합 허가를 받으면 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통합법 시행으로 질소산화물 1만4000t 배출 저감에 따른 환경개선 편익 1443억원은 물론 연간 90여억원의 인허가·관리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관련기술 개발 등으로 2030년까지 공공·민간 분야에 일자리 3000여개도 창출될 것”이라며 “배출 중심 규제·처벌의 낡은 틀을 벗고 정부와 현장, 전문가가 함께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기준을 만들어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환경관리 제도는 독일 영국에선 1980년대,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1990년대에 도입됐다. EU는 매년 4000억원에 달하는 행정비용을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법이 환경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환경보다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에 더 무게가 실린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