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기승전油’… 환율은 각국도생

입력 2015-12-22 21:47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국제유가 추락이 가속화되면서 산유국들이 저유가발 재정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속속 달러페그제(달러연동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은 21일(현지시간)부터 페그제를 버리고 자국통화인 마나트에 대해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하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날 달러는 마나트 대비 48%나 폭등(마나트 가치 폭락)했다. 변동환율제 시행 이후 시민들이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있는 한 환전소 앞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증권가에서는 ‘기승전유(起承轉油)’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유행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국제유가의 등락에 좌지우지되고 있어서 기승전결 대신 기승전유라는 표현이 나왔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각국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을 두고 각자도생한다(제각기 살아나갈 방법을 꾀한다)고 표현한다.

지금 유가는 바닥이 안 보여 시장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센트(0.03%) 오른 배럴당 34.74달러로 마감했지만,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2004년 7월 이후 최저치(36.04달러)까지 밀렸다.

미국과 이란이 원유 수출 재개를 앞두고 있어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은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WTI 가격이 배럴당 20달러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는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서야만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 사우디·쿠웨이트·홍콩·멕시코·칠레 등이 금리를 올렸다. 자국 통화가 달러화에 고정돼 있는 나라(중동·홍콩)와 통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국가들(남미)이 동반 인상한 것이다.

반면 아시아에선 자국 경제 방어를 위해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환율 전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대만은 금리를 내렸고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환율 결정 방식을 바꿀 방침이다. 환율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한국의 수출 여건이 악화되기 때문에 원화도 절하 압력을 받는다.

KDB대우증권 김태헌 연구원은 환율 전쟁 대응과 저물가 탈피를 위해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