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 토막살인’ 박춘풍 사이코패스 아니다… 국내 형사재판 첫 뇌영상 분석

입력 2015-12-22 21:12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박춘풍(55·중국 국적)의 뇌(腦)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 형사재판에서 살인 피고인의 뇌를 분석해 양형에 참고하기는 처음이다. 박춘풍에 대해 검찰은 ‘사이코패스’, 변호인은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장애’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 심리로 22일 열린 공판에 출석한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연구소 김지은 교수는 “뇌 영상을 분석했더니 정신의학계에서 통용되는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두개골 안면부 쪽 뇌세포(안와전전두엽)가 많이 손상된 상태지만,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은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세포 손상으로 인격장애가 생겼을 가능성을 묻는 변호인 질문에 “25% 수준”이라고 답했다.

관심을 모았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통한 뇌 분석은 박춘풍의 지능·언어 문제 등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fMRI 분석은 검사 대상자에게 살인 등 ‘도덕적 딜레마’ 상황을 제시한 뒤 뇌의 편도체, 대뇌 전두엽 등의 변화를 통해 사이코패스 성향을 판별하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박춘풍의) 지능은 70, 처리속도는 60 수준”이라며 “검사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익숙해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박춘풍은 지난해 11월 26일 경기도 수원 자신의 집에서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팔달산 등 5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