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4월 실시될 20대 총선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무회의 발언과 지방행사 참석 과정에서 잇따라 이런 의혹을 사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곧 퇴임할 장관들에게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라는 옛말이 있다”며 “그것은 일편단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금방 ‘친박 핵심인 최경환·황우여 두 부총리에게 새누리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당부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국회 법안처리 지연을 비판하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을 진심으로 돕는 정치인을 찍어 달라는 얘기로 비친 건 당연하다.
지난 17일 경남 사천에서 열린 수출형 공군 고등훈련기 공개 기념식과 21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 때는 해당 지역에서 한창 표밭갈이 중인 최상화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각각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해 뒷말을 낳았다. 대통령이 참석할 만한 가치가 있는 행사였겠지만 때마침 청와대 참모를 지낸 두 사람이 자주 카메라에 잡혀 이들을 돕기 위한 지방행사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친박계의 ‘유승민 죽이기’ 시도도 박 대통령 의중이 실린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집권여당이 안정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국회 발목을 잡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80석(의원정수의 5분의3) 이상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엄청난 부작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마땅히 자제돼야 한다.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선거운동도 할 수 없도록 공직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박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라지만 그건 과거 당에 몸담고 있을 때 얘기다. 지금은 국가원수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선거에 초연해야 한다는 게 모든 국민의 생각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총선 개입은 자신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점에서 엄두조차 내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박 대통령의 ‘진박(眞朴) 후보’ 지지 당부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여당 내 비박 지지자들로부터도 외면당할 수 있다. 총선 과정에서 자칫 특정 계파 수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 개입 대신 국정 챙기기에 올인해야 임기 말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
[사설] 박 대통령, 총선 개입 엄두도 내지 말아야
입력 2015-12-22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