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바다의 수도 전남 완도에 별미 잔치 열렸네∼

입력 2015-12-24 04:06

동지(22일)가 지나며 겨울이 한층 깊어간다. 차가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각종 해산물이 제맛을 발하는 시기다. 완도에서 겨울철 별미를 제대로 맛보자.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삼치와 싱싱한 전복, 쫄깃한 돔 등 먹거리가 풍성해 맛 찾아 떠나는 겨울 여정을 꾸리기에 더할 나위 없다.

“세 가지가 다르고 세 가지 맛이 있고, 세배 크며, 속도가 세배 빠르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1801년 흑산도에 유배돼 생활하면서 편찬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양생물학 서적 자산어보(玆山漁譜)에서 처음 소개한 삼치다.

고등어, 꽁치와 함께 대표적인 등푸른 생선인 삼치. 10월부터 살에 기름이 오르기 시작해 겨울에 가장 통통해 맛있는 생선이다. 고등엇과에 속하며 고등어와 비슷하지만 몸은 좀 길고 매우 작은 비늘로 덮여 있다. 고등어보다 수분이 많고 살이 부드러워 노인이나 아이도 먹기 좋은 생선이다. 지방 함량이 약 10%로 높은 편이지만 EPA, DHA 등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 많이 포함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히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 무기질, 칼슘, 타우린 등이 풍부한 고에너지 식품으로 겨울철 피로회복 음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삼치는 비교적 먼 바다에서 잡아온다. 제주와 완도의 중간쯤인 추자도 인근, 나로도, 청산도 해역이 주어장이다. 삼치는 멸치가 많이 나는 철에 조황이 활발하다. 삼치가 멸치를 먹이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빛 나는 멸치 모양의 가짜 미끼를 써서 낚시를 한다. 요즘 잡히는 삼치는 방어보다는 몸집이 크고 다랑어보다는 작다. 씨알이 굵은 것은 5㎏이 넘는다. 구이나 조림·찜으로 삼치의 부드럽고 고소한 육질을 맛볼 수 있다. 빙그레식당(061-554-1144)의 생선구이가 1인분에 1만3000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별미가 전복이다. 2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완도 앞바다는 거의 전복 양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의 싱싱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완도의 전복은 잘 사는 어촌 마을을 일궈낸 이 지역 효자 산업이다. 두툼하게 한 접시 썰어 놓은 생전복은 비린 맛이 없고 입안에 풍기는 향미와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참기름과 소금만 찍어도 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고 씹는 즐거움까지 더해 준다. 특히 갓 채취한 전복을 가장 빠르게 먹을 수 있어 그 맛이 비할 데가 없다. 단백질과 비타민 외에 칼슘, 인 등 미네랄도 풍부해 영양만점의 건강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피부미용, 자양강장, 산후조리, 허약체질 등에도 효능이 뛰어나 약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한방에서는 당뇨나 고혈압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자산어보에는 ‘살코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그 장(腸)은 익혀 먹어도 좋고 젓갈을 담가 먹어도 좋다’고 언급돼 있다. 자연산 활어 전문점 완도항구(061-554-7227)에서 전복회, 전복구이, 전복야채볶음, 전복죽 등 코스요리가 13만원선.

‘대한민국 청정바다 수도’ 완도는 해조류의 고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밥상에 해조류가 기본반찬이다. 비빔밥에는 미역줄기 꼬시래기 톳 한천 전복 김 다시마 등이 들어가고 밑반찬에도 해조류 무침이 포함된다. 모자반(몰), 가시리, 파래 등과 조개, 새우, 홍합, 바지락 등을 함께 넣은 해초된장국은 아침 해장국으로 좋다.

완도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면 집에 앉아서 완도의 회를 맛볼 수 있다. 활어 횟감을 냉장 숙성한 뒤 집까지 배달해주는 ‘싱싱회 전국 택배 서비스’ 덕분이다. 싱싱회는 해양수산부가 정한 공식명칭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도 횟감을 10시간 이상 냉장 숙성시킬 경우 회의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 성분이 활어회보다 더 풍부하다는 분석 자료도 내놓았다. 가격이 시중 횟집보다 절반 이상 싼 데다 식품의 안전성과 신선도도 보장된다. 이 덕분에 올해 들어 완도 관내 47개 싱싱회 택배서비스 업체는 총 2300여건의 주문을 받아 1억7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완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