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값진 시(詩)는 바로 할머니들이 쓴 작품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경북 칠곡군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북 콘서트’에 참석한 백선기 칠곡군수는 할머니들의 시집 ‘시가 뭐고?’(도서출판 삶창)를 소개하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백 군수는 “시집을 읽으면서 할머니 시인이라기보다 어머니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었다”며 “시 속에서 일주일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음을 봤다”고 말했다.
‘시가 뭐고?’는 칠곡군 내 18개 마을의 ‘성인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할머니 89명의 시가 수록된 시집이다.
이날 행사는 ‘시가 뭐고?’와 칠곡 주민 5명의 생활사를 엮은 책 ‘인생이 다시 내게 말해주는 것들’ 출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였다.
시집 출간으로 화제를 모았던 할머니 시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낭송과 노래 공연으로 시를 만난 새로운 소통의 잔치였다.
‘검버섯’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던 강금연(81) 할머니는 “뭘 쓴다고 쓴 게 아니라 벌로 지꼈는데(막 썼는데) 알아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감격해 했다.
70, 80대 할머니들이 난생 처음 배운 한글로 비뚤비뚤 적어 내려간 입말과 사투리, 생활의 질감이 고스란히 담긴 ‘시가 뭐고?’는 지난 10월 말 첫 출간된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우영 시인은 “팔십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 여든아홉 분이 스스로의 삶을 온 마음으로 담아 기록한 경전(經典)”이라고 평가했다.
또 ‘인생이 다시 내게 말해주는 것들’은 칠곡 새마을운동의 주역이었던 송권달(84), 동명시장에서 50년간 소리사를 운영한 이동환(70), 칠곡에서 처음으로 참외 농사를 지은 신복암(76) 어르신 등 칠곡 역사를 증언하는 5명의 삶을 담은 책으로 지난 10월 출간됐다. 두 권의 책은 칠곡의 역사와 삶의 기술을 일상 속에서 살려내 전하는 칠곡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씨는 “공부하기도 시 읽기도 싫어하는 고3 아들도 이 시집만큼은 킥킥거리며 재미있게 읽더라”며 “‘인문’의 본래 의미인 ‘사람의 무늬’가 새겨진 시들이기에 힘을 가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집을 기획한 ㈔인문사회연구소 신동호 소장은 “시집은 할머니들이 사는 모습 자체가 인문학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의미가 다양한 형식으로 사람들과 두루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경북 칠곡 한글 늦깎이 할매들의 시집 ‘시가 뭐고?’ 북 콘서트
입력 2015-12-22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