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에는 어떤 트렌드가 있었을까.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16’에 잘 소개되어 있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저가 중국전자제품, 복면가왕, 삼시세끼, 셀카봉, 셰프테이너, 소형SUV, 단맛 편의점상품 한식뷔페 트렌드의 키워드로 꼽혔다. 그 중 마스크와 복면가왕은 둘 다 가면류다. 마스크는 개인적 차원의 위기대응방식이라 한다. 복면가왕은 숨기고 있던 진짜 실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라고 한다.
올해는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가면이 등장했다.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가 무시무시한 복면을 쓰고 미디어에 나타나기도했다. 이것은 적대국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광화문 일대에 가면 쓴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가면은 노동쟁의에서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정부는 가면에 대해 철퇴를 가하겠다고 복면 착용 금지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2015년을 관통하는 주제가 ‘가면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탄을 맞이하면서 또 하나의 가면을 만난다. 바로 산타클로스의 가면이다. 산타클로스의 모자, 콧수염 등을 가면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가면의 정의를 보면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해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이라고 했다. 그렇게 볼 때 산타클로스도 가면을 썼다고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산타클로스가 가면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산타클로스는 많은 선행을 베푼 성자로 알려진 니콜라스(St. Nicolas·270∼343)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는 어린이를 좋아하고 착한 어린이에게는 등에 짊어진 보따리에서 선물을 꺼내 주었다고 한다. 또 나쁜 어린이에 대해선 훈계하고 개심의 여지가 있으면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니콜라스는 선행을 할 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해서 가면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오늘 세상은 산타클로스에게 또 다른 가면을 씌었다. 상업주의라는 가면이다. 빨간 모자, 빨간 옷, 더부룩한 하얀 수염에 불룩 나온 배. 이것은 국제적인 기업 코카콜라가 만들어 낸 것이다. 1931년 화가 헤드 선드블롬이 그린 것을 광고로 실은 것이라 한다. 코카콜라는 1920년대부터 비수기에도 겨울철 광고에 힘을 썼다. 콜라는 여름에만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에 최고의 모델이 바로 산타클로스다. 원래 산타클로스는 사랑의 논리로 출발했지만 상업주의가 그 좋은 이미지를 무너뜨려 버렸다. 생산성 효율성 이윤추구를 모토로 하는 기업 논리에 잠식 당한 것이다.
필자는 우리 교단 선교기관인 총회세계선교회(GMS)의 비즈니스 선교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비즈니스선교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기독교 선교를 허락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창의적 선교접근이 필요하다. 비즈니스는 전략적 도구가 되는 것이다. 또 본국으로부터 선교지원이 약할 때 자비량선교의 일환으로 비즈니스적 접근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히 따져보아야 할 것은 비즈니스를 위한 선교인가 아니면 선교를 위한 비즈니스인가이다. 그래서 필자는 비즈니스선교를 하는 한 단체의 이름으로 ‘텐트메이커미션’을 권유했고 이 안이 채택 됐다. 상업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돈이 악한 것은 아니다. 돈을 선한 도구로 써야한다. 니콜라스도 돈이 있었기에 가난한 자에게 선물을 주었다. 문제는 돈을 목적으로 산타클로스에게 가면을 씌운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이중성, 죄성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산타클로스에게 가면을 씌우는 것이다. 지금 진짜 산타클로스가 온다면 가면을 벗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찬미할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권순웅 목사 (동탄 주다산교회)
[시온의 소리-권순웅] 산타클로스 가면을 벗다
입력 2015-12-22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