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본섬 가운데에는 정상인 상황봉(象皇峰·644m)으로 더 널리 알려진 오봉산이 우뚝 솟아 있다. 다른 네 개의 봉우리인 백운봉(白雲峰·600m), 쉼봉(598m), 업진봉(544m), 숙승봉(宿僧峰·461m)을 거느리며 눈이 시리도록 빼어난 다도해의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연무가 없는 맑은 날엔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특히 아침 일출 장면이 장엄하기로 이름 높은 완도의 진산이다.
기점이자 종점인 완도읍 대야리 대야저수지 밑 상황봉등산로 주차장을 중심으로 원점회귀 코스가 주로 이용된다. 주차장∼건드렁바위∼상여바위∼관음사지∼황장사바위∼임도∼삼층석탑바위∼벼락바위∼상황봉정상∼헬기장∼백운봉정상∼송곳바위∼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12.5㎞가량 된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휴식 등을 포함하면 5시간∼5시간30분은 잡아야 한다.
일출을 보려면 차로 정상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뒤 가장 짧게 걷는 코스가 선호된다. 대야리에서 임도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수목원 휴양림 조성 공사 현장을 만난다. 옛 사슴목장 인근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따라 좀 더 걸어 올라가면 ‘상황봉 0.7㎞’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이곳에서 30∼40분만 오르면 정상이다. 거리가 짧은 만큼 길은 제법 곧추서 있다.
봉수대가 있는 상황봉 정상에 서면 푸른 하늘과 바다, 거기에 점점이 박힌 다도해의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고금도, 신지도, 청산도, 소모도, 대모도, 여서도, 소안도, 보길도 등 인근 섬들과 옛날 장보고가 누볐을 해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시야를 돌리면 동쪽으로는 장흥 천관산과 고흥 적대봉이, 북으로는 해남의 두륜산과 강진의 관악산·흑석산이 보이고 월출산의 우람한 산세까지 드러난다. 서쪽으로는 가까운 쉼봉과 바다 건너 땅끝 마을, 진도 등도 눈에 든다.
오봉산 바위에는 전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건드렁바위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옛날 송정승이라는 사람이 상여를 따라 산을 오르다가 술에 만취해 알몸으로 소변을 봤다. 대수골 맞은편 능선의 송곳바위(일명 할아버지 바위)가 ‘버릇없이 어디를 보고 오줌을 누느냐’며 호통을 치자 놀라서 그만 돌이 됐다고 한다. 이후 바위는 엎드려 절하며 잘못을 비느라 쉬지 않고 흔들거렸고, 큰바람이 불면 ‘덜커덩 덜커덩(건드렁 건드렁)’ 거린다고 전해온다. 상여바위 전설도 재미있다. 옛날 힘 좋고 착한 황장사가 죽자 고을 사람들이 상여를 메고 관음사로 향했다.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몰아쳐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열흘을 기다렸다가 다시 가려하자 상여가 꼼짝 하지 않고 그대로 바위가 됐다고 한다.
송곳바위에도 황장사 장례와 연관된 전설이 전한다. 옛날 백운봉 바위굴에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대수골 건너 황장사 장례식에 다녀오다가 폭우로 계곡 물이 불어나자 먼저 건넌 할아버지와 뒤에 남은 할머니가 서로를 애타게 불렀다. 그러나 열흘간 계속된 비로 서로를 애타게 부르기만 하던 두 사람은 바위가 됐다고 한다.
산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완도타워’를 찾으면 된다. 완도 전경과 다도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고, 환상적인 레이저쇼가 펼쳐져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오는 1월 1일 오전 6시30분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오전 7시39분쯤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완도타워 전망층은 입장객 수용인원이 제한됨에 따라 당일 타워광장에 먼저 도착한 150명에게만 입장권이 배부된다.
완도읍 장좌리에는 청해진 장보고유적지인 장도(將島)와 장보고기념관, 장보고 동상 등이 있다. 전복을 엎어놓은 형상의 둥글넓적한 장도에는 세월의 더께만큼 닳고 닳은 통나무 목책(木柵·해적침범 방어용 나무 울타리)이 홀로 청해진을 지킨다. 늙은 어부의 주름처럼 깊게 팬 앙상한 나이테가 화석처럼 단단하게 굳어 1200년의 역사를 들려준다. 갯벌에 묻혀 있던 목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59년 태풍 사라호가 장도의 바다를 뒤집어 놓으면서였다. 장도의 남쪽에서 서북쪽 해안에 직경 40∼80㎝의 소나무로 만든 통나무 1000여개가 10㎝ 간격으로 촘촘하게 박힌 331m 길이의 원목렬이 드러난 것.
180m 길이의 나무 다리를 건너면 장보고의 군사들이 이용했던 직경 1.5m, 깊이 3.4m의 우물이 가장 먼저 반긴다. 15년 전에 발견된 우물은 군사들의 식수는 물론 장보고의 무역선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긴 항해를 떠날 때 생명샘 역할을 했다. 장보고기념관에서 청해진과 장보고, 완도의 역사를 좀 더 소상히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 섬의 서쪽 군외면 대문리로 가면 완도수목원에 이른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완도 본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50㏊의 면적에 752종의 자생 난대수종을 보유해, 국내 최대의 난대림 집단자생지이자 유일한 난대수목원이다. 어린이와 장애인 노약자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숲길 코스가 있다. 노랗고 붉은 꽃에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동백이 반긴다.
이어 남쪽으로 길을 잡으면 완도읍 대신리에 ‘해신’ ‘해적’ ‘명량’ 등 5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찍은 해신청해포구세트장이 나온다. 5만㎡로 청해진 본영을 비롯해 객사, 저잣거리, 양주·청해포구, 양주일각, 해적 본거지인 진월도 등 본영 17동을 비롯한 59동의 건물이 장보고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세트장 남쪽 정도리에는 완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구계등(九階燈)이 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자리한 구계등은 운치 있는 바다여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파도에 밀려 표면에 드러난 자갈밭이 여러 층의 계단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구계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닷가에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을 맞은 동글동글한 몽돌이 가득하고 뒤쪽으로는 해풍을 막기 위해 심었던 방풍림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숲속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해변 길을 걸으며 몽돌 구르는 소리를 듣노라면 10년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한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여행메모
광주에서 대중교통 2시간 이상 소요
바다식물 가치 재발견… 해조류센터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 종점까지 간 뒤 2번 국도를 따라 영암, 강진, 해남 을 지나면 완도에 닿는다. 해남에서 완도까지는 줄곧 13번 국도를 따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KTX 등 열차나 고속버스, 항공편으로 광주로 간 뒤 광주버스터미널에서 완도방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약 2시간∼2시간30분이 소요된다.
완도읍 해변공원로에 지난 5월 문을 연 '해조류센터'가 있다. 해조류가 무엇인지, 종류는 얼마나 다양한지, 해조류 자생의 최적지인 완도의 바다환경 등에 대해 알아보고 해조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전시관이다. 관람료는 무료.
이 일대에서 '2017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가 열린다. 해조류와 첨단과학이 융합된 국가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개최하는 행사다. '인류의 미래 해조류, 그 가치를 발견하다!'라는 주제로 전시, 비즈니스 미팅, 체험 및 교육, 국제학술행사 등 7개 분야로 나눠 종합박람회로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국제행사 승인을 획득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완도군 기획예산실 061-550-5051).
완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