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친구가 올해 남편과 함께 또 다녀왔단다. 걷고 사색하며 순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던 것일까. 순례길 ‘2015’. 맑기도 흐리기도 했던 수많은 날을 포장도로도 험한 산길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걸었다. 올해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 험난한 길이 더 많았던 것 같다.
19세 명문대생의 자살. 충격이었다. 이른 나이에 서둘러 삶을 놓아버릴 만큼 더는 갈 길이 없다고 생각이 되었을까. 삶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평탄한 길을 걷고 싶어 한다. 마라톤에 비유되는 삶에 어떤 장애도 없이 평생 순순히 흘러가는 인생이 있을까. 곤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소명대로 용기를 가지고 묵묵히 나아가는 것일 뿐.
사실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을 기죽게 만드는 여러 가지 묵시적 합의가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야 경제력을 갖게 되고 이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그래서 모두 대학 졸업장을 원하다 보니 결국 학력 인플레이션 사회가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명문대 졸업생조차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어렵게 되었지만, 취업을 위해 지금과 같은 엄청난 스펙을 쌓은 젊은 세대가 또 있었던가. ‘배워서 남 주자’를 모토로 한 대학도 있지만 지금은 배워서 남을 주고 싶어도 활용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니, 씨앗을 뿌리고 열심히 땀 흘려 가꿨는데 수확이 없는 빈손의 농부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대학이란 어떤 곳인가. 정말 학문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좀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간판 따는 곳이 되고 말았다. 점점 힘들어질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합의로 속히 바뀌어야 하겠다. 우리 사회의 2016 버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걱정스럽다. 사회적인 문제가 젊은이들의 영혼을 부정적이고 어두운 세상으로 이끄는데, 긍정 에너지를 갖기 어려운 세상과 맞서서 경쟁을 부추기는 잘못된 사회적 합의를 올바른 합의로 이끌어낼 시민운동가가 필요한 때이다.
김세원(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순례길 ‘2016’
입력 2015-12-22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