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문과생이라 죄송합니다).”
한양대 정외과 김모(24·여)씨는 지난달 서울캠퍼스 미래자동차공학관에 들어가려다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이렇게 투덜대며 발걸음을 돌렸다. 현대자동차의 기부로 건설된 이 건물은 3층에 연구소와 실험실이 있어 일부 출입구 통행이 다른 전공 학생들에게 제한돼 있다. 김씨는 “캠퍼스에 계단이 많아 보통 각 건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데, 건물 출입을 제한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양대 공과대 학생회는 최근 ‘미래자동차공학관 문제 본질을 보아야 합니다’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학교와 기업의 입맛대로 건물이 운영돼 학생들이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학생에 대한 학교의 차별정책이 결국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학생들 간에 갈등이 계속되자 학생회는 지난 14일 공대학장 면담을 통해 개선 약속을 받아냈다.
이런 갈등은 요즘 대학가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 됐다. 최근 몇 년간 대학마다 건물 신축 붐이 일었고, 외부 기부를 받아 짓거나 특정 용도를 정해 신축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고려대 미디어관은 일요일에는 미디어학부와 조형학부 학생만 출입할 수 있다. 사학과 임모(25)씨는 “미디어관 4층 영화관을 이용하려다 건물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외곽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며 “똑같이 등록금을 내는 학생인데 일부만 출입시키는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국제관 지하 세미나실은 글로벌경제학과 학생들이 우선권을 갖는다. 사회과학계열 전공인 김모(25)씨는 “주말에 선착순으로 운영되는 세미나실을 이용 중이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와서 글로벌경제 우선이니 나가라고 했다”며 “학생 간에 서열이 생긴 듯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기획] “타과생은 사절” 대학에 웬 출입제한?
입력 2015-12-22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