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교민 또 피살

입력 2015-12-21 22:15 수정 2015-12-22 00:41
필리핀에서 한국 교민이 또 무장 괴한의 총격에 사망했다. 올 들어 11번째다. 우리 경찰은 사상 처음 수사팀을 현지로 보내 공조수사에 나섰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20일 오전 1시30분쯤(현지시간) 루손섬 바탕가스주 말바르시에서 교민 조모(57)씨가 자택에 침입한 4인조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21일 밝혔다. 20여년 전부터 필리핀에서 건축업을 해온 조씨는 필리핀인 부인, 아기와 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부인과 아기는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을 훔친 흔적이 있어 단순 강도일 가능성이 우선 거론되지만, 사업상 원한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청은 범죄수사, 현장감식, CCTV 분석 분야의 전문 수사관 3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 전문가 등 모두 4명을 급파했다. 우리 경찰이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현지에서 수사 활동을 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10월에는 마닐라 외곽에서 이모(54)씨 부부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2012년 6명에서 2013년 12명으로 급증한 뒤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해외 교민 피살 사건의 약 40%가 필리핀에서 발생했다.

가장 큰 원인은 필리핀의 불안한 치안이다. 필리핀은 불법 총기가 100만정 이상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인 피살도 대부분 총격에 의한 것이었다. 물가가 낮아 수백 달러로도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할 수 있다. ‘킬러’를 동원해 사업 분쟁의 상대를 살해하는 경우도 잦다. 지문·통신 조회 시스템 등이 갖춰지지 않아 경찰의 추적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경찰과 필리핀 경찰은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 데스크’를 세부와 바탕가스 등 5개 지역에 증설키로 했다. 지금은 마닐라와 앙헬레스 두 곳에 있다.이종선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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