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라터(79) 회장과 유럽축구연맹(UEFA) 미셸 플라티니(60·사진) 회장이 중징계를 받았다. FIFA 윤리위원회는 21일(한국시간) 두 사람에 대해 각각 8년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둘은 2011년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져 지난 10월 8일부터 90일의 임시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블라터·플라티니 ‘동반 몰락’=윤리위는 “두 사람이 자신들의 지위를 남용했다”며 “2011년 블라터가 플라티니에게 FIFA 자금 200만 스위스프랑을 지급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블라터가 이해 상충과 성실 위반, 금품 제공 등에 대한 윤리위 규정을 위반했으며 플라니티 역시 이해 상충, 성실 위반 규정을 어겼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블라터는 1998년부터 17년간 회장직을 맡아온 FIFA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됐다. 플라티니는 내년 2월 26일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티니는 문제의 200만 스위스프랑에 대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블라터의 자문을 맡았을 때 받기로 한 돈을 나중에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금을 9년 뒤에나 받은 이유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플라티니는 FIFA 재정상황상 뒤늦게 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그렇지만 FIFA는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1억1500만 스위스프랑(약 136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스위스 연방검찰은 2011년 블라터가 자신의 4선을 지지하는 대가로 플라티니에게 돈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플라티니가 블라터의 퇴출을 추진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블라터가 ‘200만 스위스프랑 사건’을 터뜨렸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블라터는 윤리위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왜 8년 자격 징계를 받아야 하는가”라며 “나와 FIFA를 위해 싸우겠다”고 반발했다.
◇요동치는 차기 회장 선거 판도=플라티니에 대한 징계로 차기 FIFA 회장 선거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현재 FIFA의 자격 심사를 통과한 인물은 총 5명이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50·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아시아, 아프리카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플라티니 지지자였던 그는 플라티니 지지 세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39) 요르단축구협회장은 FIFA 개혁 세력의 선봉장으로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한 적이 있다. 개혁 이미지가 강한 그는 세계 축구 실세들의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아니 인판티노(45·스위스) UEFA 사무총장은 변호사이자 축구행정가 출신으로 UEFA 회원국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토쿄 세콸레(62)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정치인이자 백만장자다.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인권운동가로 활약했다. 제롬 상파뉴(57·프랑스) 전 FIFA 국제국장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블라터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블라터는 알 칼리파를 밀고, 플라티니는 인판티노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축구계는 알 칼리파와 알 후세인, 인판티노가 회장직을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블라터·플라티니 동반 몰락… FIFA 권력 전면교체
입력 2015-12-21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