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창당 선언] 총선 3파전 구도… 수도권·호남 표심 지각변동

입력 2015-12-21 22:39 수정 2015-12-22 00:37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세력화 기조 발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결연한 표정으로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짧고 단정해진 헤어스타일은 본인이 최근 강조하는 ‘강(强)철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병주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거대 양당 구도는 깨질 공산이 커졌다. 새정치연합보다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호남에서는 야당 ‘적자(嫡子)’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의 선거연대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으면서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에서 3당 간 대혼전(混戰)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은 여야 경쟁뿐 아니라 야당끼리 대결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안철수 신당, 호남서 ‘제1야당’ 경쟁=안철수 신당은 호남 지역에서 새정치연합과 치열한 제1야당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심은 ‘안풍(安風)’의 진원지라 불릴 정도로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의원에게 우호적이었다. 안 의원의 탈당 결행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호남 현역의원(김동철 유성엽 황주홍) 3명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를 성원하지 않는 호남 민심에 이들이 부담을 느꼈다는 얘기다.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 등 다른 호남 의원들의 추가 탈당 및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도 높다. 안철수 신당이 이런 기반을 갖추고 세를 규합한 뒤 천정배 의원이 추진 중인 국민회의 등 신당 세력과 연합할 경우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을 꺾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무소속 문병호 의원은 21일 “광주 의원들은 신당으로 안 오면 내년에 다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전략상 지금은 각자 세를 좀 확보하고 적절한 시기에 천 의원 등과 같이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이 분석을 뒷받침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4∼1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753명을 대상으로 내년 총선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 포인트) 안철수 신당의 호남 지지도가 30.7%에 달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27.0%로 안철수 신당에 뒤졌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기존 새정치연합 지지층 일부와 무당층이 안 의원 신당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은 ‘3자 구도’=안철수 신당의 성패 가능성은 수도권 지역 선전 여부에 달려 있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 목표 의석수를 100석 이상으로 잡았다.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의석수 대량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안철수 신당의 전국 지지도는 10% 중반 정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지지도도 비슷한 수준이다. 새정치연합에 뒤지는 결과다. 게다가 수도권은 야당의 텃밭인 호남과는 달리 최대 경쟁자가 새누리당이다. 5% 포인트 차이의 득표율로 당락이 엇갈리는 지역도 많다. 3자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안철수 신당이 야권 분열로 인해 새누리당에 필패할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은 수도권에서의 총선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전날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왕규 ‘더불어사는행복한관악’ 이사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은 수도권 전략 지역에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박 이사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다. 인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문 의원은 “3자 구도를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민심이 결국 한쪽으로 몰아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수도권 지역 재선의원도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연대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다자 구도로 전패할 것 같으면 막판에 될 후보한테 표가 몰릴 것”이라고 했다.

결국 유권자들에게 ‘될 후보’로 인식될 참신한 인재 발굴이 안철수 신당 성공의 필수조건이라는 얘기다.

새정치연합 당내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결국 총선 직전 야권 연대를 피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진성준 의원은 “연대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2∼3월쯤에는 연대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문동성 고승혁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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