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1일 예상보다 빨리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권 능력’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과의 한판 승부가 시작됐다. 안 의원은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안철수 신당’은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 등 비주류·중도 진영의 합류 여부와 함께 참신한 인재 발굴 등 ‘인물 영입’이 최대 숙제가 될 전망이다.
◇安,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 강조=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신당의 방향에 대해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라 낡은 정치청산과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범국민적 연합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수구적 생각을 갖지 않는 모든 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나 합리적 보수 진영과도 함께해 당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한 것이다. 친노(친노무현)계·86세대 등 진보 색채가 강한 새정치연합과 대비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안 의원은 신당의 정강·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은 경제정책이고 중심엔 ‘공정성장론’이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현재 계획대로 내년 2월 15일까지 교섭단체 규모의 신당을 창당하면 88억원의 국고보조금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문병호 의원은 “제2야당이 아닌 제1야당이 목표”라며 “100석은 (야권 전체가 아닌) 신당만의 목표”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 달라진 헤어스타일로 등장했다. 트레이드마크인 2대 8 가르마는 그대로였지만 옆머리를 짧게 쳐올리고, 앞머리도 옆으로 넘겨 고정시켰다. ‘강철수(강한 안철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당, 새정치연합 비주류+신진인사로 꾸려지나=신당의 성패는 안 의원이 어떤 인물들로 당을 채워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안 의원이 지난해 신당 추진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합당한 것도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물난’ 때문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안 의원과 함께하는 이들은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 새정치연합 탈당파다. 안철수 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려면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중도 진영이 추가로 더 합류해야 한다. 특히 김한길 박영선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 간판 인물들이 함께할 경우 신당 바람은 호남을 넘어 수도권까지 북상할 가능성이 높다.
기성 정치인 외에 새롭고 참신한 인재를 얼마나 영입하느냐도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 의원이 ‘새 정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각계각층의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야 양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이 정치인의 부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일례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신당에 합류할 수 있느냐를 두고서는 벌써부터 내부에서 의견이 갈렸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 소속 당시 “기소만 돼도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등의 초강력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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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1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