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복지정책으로 재정건전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지만 이를 감시할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기간이 짧아 부실심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산안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지 않고 의회 통과 후에야 주민들에게 공표되다보니 공론화 과정이 없고 주민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투명한 예산편성과 심사를 위해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예산안 공개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의 2016년도 예산안 공개실태를 파악한 결과 대구와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후에야 예산안 내용을 공개했고 서울시와 충북은 예산안이 심의중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고 21일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회계연도 시작 4∼6개월 전에 의회로 예산안을 제출하지만, 우리나라 지자체는 회계연도 시작 40∼50일전에야 예산안을 제출해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예산안 심의기간은 10일 정도에 불과하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 장은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시·도는 회계연도 시작 50일전까지, 시·군·구는 회계연도 시작 40일전까지 지방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심의 확정기한은 시·도 의회에서는 회계연도 시작 15일전(12월 16일), 시·군·구 의회에서는 회계연도 시작 10일 전(12월 21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또 예산 심의 기간이 매우 짧은데다 예산안 확정되는 시점도 회계연도 시작 10∼15일 전으로 긴박하게 이뤄짐을 알 수 있다. 의회 심사기간 중에는 일반 주민들에게 예산안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예산안 전체규모와 주요 사업의 예산만 의회 제출 시 언론에 공개되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원들의 쪽지예산 등 민원성 예산 편성 요구로 인해 지자체 예산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주민들은 알 수 없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경우 예산법에 의거해 시민들이 매년 예산의 채택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1월 넷째주 화요일이 되면 주지사가 예산안을 주의회로 보내는 동시에 일반시민에게 예산안을 공표하고 있다. 특히 주정부의 예산안이 공시된 이후에도 예산안이 수정되고 변경되는 과정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또 예산안이 주의회를 통과하기 전 심의 중인 9월에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바른사회 시민회의 양성옥 책임간사는 “우리나라도 지자체의 예산안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제도 및 절차를 마련해 당초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안과 그 이후 의회에서 수정되는 과정까지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17개 시·도 내년도 예산안 공개 실태 파악해보니… 대부분 정보공개 청구 후에야 내용 공표
입력 2015-12-21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