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빚 6181만원] 부동산 부양에 따른 부작용 전방위로 확산
입력 2015-12-21 22:35
21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내놓은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부채에 짓눌려 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년 전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부채는 최근 단행된 미국 금리 인상의 파급력에 따라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 1년간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에 따른 부채 부작용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가계의 재무건전성도 5년 전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고령층·저소득층 가구 부채 비상=은행에서 대출 등을 받은 60세 이상 가구주의 경우 부채의 양이나 질 면에서 모두 악화일로다. 이들 가구의 금융부채는 가구당 평균 7600만원대로 50대(8376만원)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부채 증가세는 11%가 넘으면서 50대(3.9%)의 3배에 가깝다. 가계의 부실 가능성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도 60세 이상은 지난해보다 4.5% 포인트 늘어 40대(1.6% 포인트)의 3배에 달했다. 이들은 상당수가 뚜렷한 소득이 없는 은퇴연령에 해당돼 이 같은 빚의 규모와 증가세는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고령층의 부채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9%로 비교 가능한 1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도 우려할 만하다. 소득 최하위 20∼40%인 소득 2분위의 올해 금융부채 증가율은 10.4%로 유일하게 소득분위별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중산층으로 간주되는 소득 3분위(5.3%)의 배에 달한다. 더구나 2분위의 소득 증가율은 2.2%에 그쳐 소득보다 빚의 증가 속도가 압도적이다.
◇정부 부동산 부양책으로 인한 상환 부담 가중…빚 상환 불능 가구 76만 될 듯=대출 용도별 비중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거주주택 마련, 전월세 보증금 마련 등의 용도로 은행에서 빌린 돈이 많았다. ‘거주주택 마련’ 대출은 올해 36.9%를 차지해 지난해보다 0.6% 포인트 올랐다. ‘전월세 보증금 마련’ 대출 비중은 올해 7%를 넘었다. 장기 저금리에다 각종 규제완화에 따른 부양책, 전셋값 급등 등 영향으로 주택비용 충당을 위한 대출이 늘어난 것이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도 부각되고 있다. 부채상환용 대출은 지난해 3.0%에서 올해 3.4%로 0.4% 포인트 늘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비중 증가세와 같았다.
이에 대한 가구의 상환 부담은 상당했다. 금융빚을 진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는 답변이 70%가 넘어간 것은 내년부터 신규 대출에 대해 원리금을 동시에 갚도록 한 정부 정책이 제대로 먹혀들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더구나 빚을 갚기 위해 저축 및 지출을 줄인다는 가구도 78.7%나 됐다. 대출을 받은 10가구 중 8가구가량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것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의 소비침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부채 문제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부채 가구 중 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답한, 이른바 파산 가능성이 큰 가구의 비중은 지난해 6.9%에서 올해 7.1%로 늘었다. 통계청 기준 11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를 약 1870만 가구로 계산할 경우 대략 76만 가구(금융부채 가구 비중 57.5% 산정)가 부채 상환 불능에 이른 셈이다.
◇가계 재무건전성 갈수록 악화…젊은층 빈곤율 상승=벌어들이는 돈에서 빚으로 빠져나가는 액수가 많을수록 가계의 재무는 부실해진다. 올해 현재 가계가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세금·건강보험료 등을 빼고 남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2010년 16.2%에서 24.2%로 크게 뛰었다. 특히 지난해 대비 늘어난 2.5% 포인트는 통계청 자료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이어서 부동산 부양책의 부작용이 직접 드러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110.1%로 사상 처음 110%를 돌파했다.
전체 소득 중간값인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차지하는 비율인 빈곤율의 경우 2030세대의 비중이 늘었다. 20대는 빈곤율이 2013년 9.8%에서 2014년 10.5%로 50대와 함께 연령대별로 가장 크게 늘어났으며 30대도 소폭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는 빈곤율이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은퇴연령층(가구주 나이가 66세 이상) 가구의 빈곤율은 절반에 육박(49.6%)했다. 이 비중은 취업자가 없는 경우 76.3%로 뛰었다. 우리나라 고령층이 은퇴 이후에도 기를 쓰고 취업하려는 이유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