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주도하며 30년 넘게 견고하던 양당구조를 깬 이번 총선의 중심에는 두 신생 정당의 원내 입성을 진두지휘한 30대 대표들의 힘이 있었다.
20일(현지시간) 총선 결과 기존 양당에 이어 3위에 오른 급진좌파 포데모스의 얼굴은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7)다. 이글레시아스의 리더십 아래 포데모스는 지난해 5월 유럽의회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5월 좌파연합을 구성, 수도 마드리드와 제2도시 바르셀로나의 시장을 연이어 배출하더니 불과 창당 2년 만에 제3당에 등극했다.
말총머리와 캐주얼한 의상이 트레이드마크인 이글레시아스는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 지적이고 논리 정연한 언변을 자랑한다. 2011년 5월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한 ‘분노 시위’의 자산을 포데모스로 이식시킨 그는 2012년 금융 위기 속에 긴축반대를 주장하며 지지기반을 넓혔다.
특히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는 정치적 동지로 유럽 급진좌파 정당의 연대를 강조해 온 ‘반기득권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층의 큰 지지를 받았다.
2006년 창당했지만 이번에 처음 전국구 정당으로 부상한 ‘중고 신인’ 시우다다노스(시민당) 대표는 알베르트 리베라(36)로 수영선수 출신 변호사라는 이색 경력을 지녔다. 카탈루냐주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입장인 포데모스와 달리 반대 입장을 가진 우파들이 집결한 시민당은 리베라의 지휘 아래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급성장했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청렴’을 강조하려 자신의 나체 사진을 포스터로 쓰기도 했던 리베라는 젊음과 변화에 대한 약속으로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특히 기성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는 대조적으로 법인세·소득세 인하 등 온건보수 정책을 내세워 ‘변화를 원하지만 포데모스는 부담스러운’ 중도파 지지자들을 흡수했다.
과반 확보에 실패한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우파 시민당에 연립정부를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향후 총리 선출 등 정국의 키는 이글레시아스보다 오히려 리베라 쪽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스페인 총선 ‘승리의 주역’ 이글레시아스·리베라는 누구… 말총머리 급진좌파 vs 청렴 내세운 중도파
입력 2015-12-21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