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두 남자, 30년 양당정치 무너뜨리다… 스페인 총선 신생정당 돌풍

입력 2015-12-21 22:20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약진한 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왼쪽 사진)와 중도 우파 정당 시우다다노스의 알베르트 리베라 대표가 총선 결과가 발표된 뒤 수도 마드리드에서 지지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두 정당의 선전으로 30년 넘게 이어진 양당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로이터AFP연합뉴스
스페인의 30년 양당 체제가 막을 내렸다. 높은 실업률과 빈곤, 부패한 정치에 지친 민심이 기성 정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기존 정당들의 자리는 변혁을 부르짖는 신생 정당들이 채웠다. 어떤 당도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서 스페인 정국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 등은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거의 최종 개표 결과 총 350석 정원인 하원에서 좌파 신생 정당 포데모스(Podemos)와 중도우파 신생 정당 시우다다노스(Ciudadanos)가 각각 69석, 40석을 얻는 등 약진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도우파인 현 집권 국민당(PP), 중도좌파인 사회노동당(PSOE)과 함께 4당 체제로 재편됐다.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의 독재 정치가 끝난 후 스페인에선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이 권력을 주고받아 왔다. 2011년 총선거 당시 국민당은 하원에서 과반인 186석을 확보했고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은 110석을 얻어 두 정당이 의회를 양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민당과 사회당은 각각 123석, 90석을 얻어 의석이 크게 줄었다.

양당 체제의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정책에 따른 복지 축소, 높은 실업률, 정치 부패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에 기인한다. 지난해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7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2013년 27%까지 치솟았던 평균 실업률도 현재 21%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국민 40만명은 한 달에 300유로(약 38만원) 미만의 생활비로 살고 있는 등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긴축 조치와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2011년 ‘분노하라’ 시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포데모스가 참여한 좌파 연합은 수도 마드리드와 제2도시 바르셀로나시 의회에서 시장을 배출했다.

정치권의 부패도 유권자들이 기성 정당에 등을 돌린 큰 이유다. 현재 스페인 검찰은 국민당에서 오랜 기간 금전 출납을 맡았던 인물인 루이스 바르세나스를 수사 중이다. 바르세나스는 2013년 법정에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등 국민당 유력 인사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현금으로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난 16일에는 총선 유세에 나섰던 라호이 총리가 부정부패에 분노한 친척인 10대 소년에게 주먹으로 머리를 맞기도 했다.

양당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번에는 차기 총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정당도 과반 의석을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재적 과반수의 신임을 얻어야만 총리에 임명될 수 있다. 집권 국민당이 의석 과반을 얻기 위해서는 중도좌파인 사회노동당이나 포데모스와 손을 잡아야 한다. 국민당이 같은 우파 성향의 시우다다노스당과 연립해도 과반 의석을 채우지는 못한다. 당분간 스페인의 정치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