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청약 서류가 너무 많아 정작 중요한 설명은 놓쳐요.” “미성년자가 체크카드를 신청하려면 학교에서 조퇴를 해야 한대요.” “실물카드 없는 스마트폰 전용 신용카드를 만들어도 되는 건지 알쏭달쏭하네요.”
지난 9개월간 금융위원회의 금융개혁 현장점검에서 쏟아진 3575건의 건의사항 중 일부다. 현장점검반은 4월부터 431개 금융회사, 156개 중소기업, 117명의 금융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무엇을 바꿔드릴까요”란 질문을 던졌다.
임종룡(사진) 위원장은 21일 그동안의 현장점검 활동을 결산하는 성과보고회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은 반드시 실패하고, 정답은 현장에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취임하자마자 현장점검반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현장점검반을 맞은 일선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의 첫 반응은 떨떠름했다. 금융위 소비자보호기획단 김근익 단장은 “금융위가 감사하러 오는 줄 알고 관련 자료를 잔뜩 준비한 회사도 있었다”며 “경영진을 배제하고 현장 실무진을 만나 그들의 고충에 성실하게 답하니까 시장에서도 ‘금융위가 진짜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더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이름을 현장 ‘점검’이라고 붙인 것부터가 공무원스러운 발상이었다. 사실은 ‘소통’이라고 해야 했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이 우리 생각과는 이렇게 많이 다르구나 반성도 했다”고 밝혔다. 현장점검반이 모은 건의사항 중 절반에 가까운 45.8%가 수용됐다. 감사원에서도 이례적으로 행정혁신 우수 모범 사례로 선정했다.
금융개혁자문단장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이날 보고회에서 “앞으로는 저소득층과 주부, 대학생 등 금융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고 금융회사들이 수시로 건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임종룡 “현장에 정답 있다 절감”… 금융개혁 현장점검 보고회
입력 2015-12-21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