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 준비도 스트레스… 일부 화술 학원 특강까지

입력 2015-12-22 04:00
직장인에게 송년회 신년회 동문회 등이 잦은 연말연초는 ‘술자리와의 전쟁’을 벌이는 시기다. 원치 않는 술을 마시는 일도 고역이지만 더 큰 스트레스는 ‘건배사’일 때가 많다. 재치 있고 웃음도 유발하는 건배사를 익히려고 학원까지 다닐 정도다.

올해 3월 공공기관에 입사한 권모(27)씨는 “지난주 부서회식 때 건배사를 머뭇거렸다가 야유를 받았다”며 “원래 남 앞에 서는 걸 잘 못하는데 야유까지 받으니 더 주눅이 들었다”고 했다.

전자업계 대기업 3년차 이모(29)씨는 “연말만 되면 센스 있는 건배사를 준비하려고 몇 주 전부터 골머리를 썩인다. 이런 일로 스트레스 받을 줄은 몰랐다”며 “전무·상무와 함께하는 송년회를 앞두고 스피치 학원을 알아보는 동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스피치 학원은 교육과정에 건배사를 포함하거나 연말에 건배사 문구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특별강의를 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일회성 강의지만 많을 때는 10명 넘게 오기도 한다”며 “주로 건배사 구호와 오프닝 멘트, 건배사 퍼포먼스 등을 가르치고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건배사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건배사 모음집을 나눠주는 곳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송년 건배사 모음’을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배포했다. “그래 내일은 도약할 거야! 그래도!” “미래를 위해, 사랑을 위해, 일을 위해! 미사일!” 등 건배사와 함께 건배 제의 요령 8단계도 들어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말이면 건배사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 재미있는 문구를 골라 제작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