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흥겹고 경쾌하지만 쓸쓸하다. 익숙하고 편안한 듯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한국 최초 집시 기타리스트인 박주원(35)의 음악은 이렇게 묘하다. 엇갈리는 감정들이 뒤섞여 조화를 이루고 마음을 울린다.
박주원은 집시 재즈라는 장르에서 활동한 한국의 첫 뮤지션이다. 그가 2009년 낸 1집 ‘집시의 시간’은 집시 재즈가 어떤 음악인지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평단에서는 그를 ‘젊은 거장’이라고 부른다.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앤드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2집 ‘슬픔의 피에스타’(2011년), 3집 ‘캡틴’(2013년)까지 박주원이 낸 집시 재즈는 대중가요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고 수많은 마니아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영화음악을 집시 재즈로 재해석한 앨범 ‘집시 시네마’를 들고 돌아온 박주원과 20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익숙한 멜로디에 자유로운 집시 기타 리듬을 담으려고 했어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느낌으로요. 쉬운 작업은 아니었죠. 너무 바꿔놓으면 되게 부담스러울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밋밋해지니까요. 그래도 작업은 과감하게 했어요. 편곡도 파격적으로 하고. 그 안에서 어떤 선을 유지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했지만요.”
영화음악은 박주원에게 기타 인생을 열어줬다. 그가 처음 기타를 잡은 9세 무렵, 어느 순간 클래식 기타 연주가 벅차고 지루해졌단다. 흥미를 잃어가던 때 ‘뭔지도 모르고’ 연주했던 곡이 영화 ‘스팅’ OST에 실린 ‘엔터테이너(The Entertainer)’였다. 마음이 뛰었다.
“그걸 계기로 어머니께서 기타영화음악곡집 이런 걸 사주셨어요. 그 덕에 기타와 더 가까워졌죠. 어린시절 추억의 음악을 집시 음악으로 한 번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드러머였던 아버지와 클래식, 팝, 월드 뮤직을 사랑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박주원은 어린시절부터 음악과 가까웠다. 자기 몸보다 큰 기타를 연주하는 초등학생 아들이 자랑스러웠던 아버지는 기회만 되면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시켰다고 한다.
“아버지가 ‘빨레!’이러면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연주해야 했어요. 병문안 가서, 곱창집에서, 심지어 논바닥에서도 해봤어요. 어딜 가든 꼭 아들의 기타를 챙겨가셨죠. 그땐 그게 싫었는데 지금은 좋은 추억이에요.”
그의 음악에는 어린시절 들었던 음악, 음악을 듣던 풍경, 그때 분위기와 냄새, 음악을 들으며 빠졌던 기분이 녹아들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주 앨범으로 대중적 지지도를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박주원 공연은 늘 매진이다. 그의 앨범에도 최백호, 정엽, 프롬, 신보라, 말로 등이 피처링한 곡들이 담겨 있지만 보컬과 기타 연주의 줄타기를 잘해 왔다.
“보컬과 연주가 잘 어우러지는 게 중요해요. 보컬을 악기로 쓰려고 하죠. 보컬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연주곡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제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새 앨범 ‘집시 시네마’ 낸 기타리스트 박주원 “익숙한 영화음악에 집시 기타 리듬 담아”
입력 2015-12-21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