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前 양파, 식품일까? 농산물일까?… 1심 “농산물” 2심 “식품” 법원 판단도 서로 엇갈려

입력 2015-12-21 22:15

생양파와 마른 고추는 ‘식품’일까 ‘농산물’일까. 부패한 양파·고추를 유통시켰을 경우 식품위생법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를 놓고 1심과 2심 재판부가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한영환)는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간부 조모(48)씨와 송모(61)씨의 항소심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1심에서 배임 혐의만 유죄 판결을 받았던 조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무죄였던 송씨는 벌금 700만원으로 각각 형량이 높아졌다.

두 사람은 2011년 중국산 양파 1000t 가운데 일부가 부패한 걸 알고도 480t을 농협 공판장과 농산물 유통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중국산 마른 고추 240t에 곰팡이와 흙먼지가 묻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업체에 팔기도 했다. 같은 상태의 마른 고추 230t을 판매 목적으로 창고에 보관해두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조리되지 않은 양파와 마른 고추는 식품위생법에 규정된 ‘식품’이 아니라 농수산물품질관리법이 규율하는 ‘농산물’이라고 봤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원재료라고 해서 식품위생법상 식품 개념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며 “자연식품과 가공·조리된 식품이 모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식품위생법은 식품을 ‘의약으로 섭취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