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르완다 영웅’ 카가메, 너마저… 개헌으로 40년 독재 길 열어

입력 2015-12-21 04:06

아프리카 르완다를 사실상 20년간 통치해온 폴 카가메(58·사진) 대통령이 2034년까지 20년을 더 집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자신에게만 무력화한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36년째 짐바브웨를 통치해온 ‘아프리카 최장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1) 대통령의 기록을 위협하게 됐다.

르완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98%가 넘는 616만여명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통과된 개헌안은 7년인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이고 중임만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카가메는 예외다.

후투족에 의한 투치족 대학살로 약 80만명이 숨진 1994년 르완다 내전에서 투치족 반군을 이끌던 카가메는 후투족을 물리치고 세운 정권에서 부통령과 국방장관을 겸임하며 사실상 르완다를 이끌었다. 2000년 사임한 파스퇴르 비지뭉구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이양받아 대통령이 된 그는 2003년, 2010년 대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며 세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그는 2017년에도 7년 임기의 대권에 도전할 수 있으며 이후 5년 임기의 대선에 두 번 더 출마할 수 있어 최장 2034년까지 40년간 집권할 수 있다.

야당인 민주녹색당과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인권단체들은 국민투표 자체가 비민주적이었다고 비난했다. 미 백악관도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연임제한을 철폐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토론시간 없이 너무 촉박한 시일에 실시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르완다 정부는 전체 인구의 2분의 1이 넘는 400만명이 청원한 국민투표임을 강조하며 미국 등이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