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된 아빠 학대 피해 11세 딸, 가스배관 타고 탈출

입력 2015-12-20 21:46
온라인 게임에 중독돼 어린 딸을 2년간 감금·폭행해 온 30대 남성과 동거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딸 A양(11)을 2년간 집에 가둔 채 굶기고 상습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로 B씨(32)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동거녀 C씨(35)씨와 그의 친구 D씨(36·여)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2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녔지만 B씨는 2013년 인천 연수구 빌라로 이사온 후 A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 가뒀다.

직업이 없었던 B씨는 온종일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빠져 살았다. A양은 경찰에서 “아빠는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했다”고 말했다.

B씨는 딸을 수시로 때렸다.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아 A양이 남은 음식이라도 찾아 먹으면 “아무 음식이나 먹는다”며 매질했다. 손과 발로 때리고 행거용 쇠파이프로도 때리기까지 했다.

A양은 지난 12일 집에서 탈출했을 당시 늑골이 부러진 상태였고 다리와 팔 곳곳이 멍들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나이인데도 키는 120㎝, 몸무게는 4살 평균인 16㎏이었다. A양은 아빠가 일주일 넘게 밥을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A양은 배가 너무 고파 지난 12일 오전 11시쯤 빌라 2층 세탁실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반바지와 얇은 긴소매 티셔츠만 입고 맨발로 빠져나올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었다. A양은 인근 슈퍼로 가 먹을 것을 주섬주섬 챙겨 빠져나오다 주인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B씨와 동거녀는 A양이 도망간 사실을 뒤늦게 눈치 채고 달아났다가 16일 오후 차례로 검거됐다. B씨는 8년 전 아내와 헤어진 뒤 동거녀 도움으로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병원에서 늑골 치료를 받으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 병문안을 다녀온 한 경찰관은 “사건을 수사한 후 처음으로 오늘 A양이 웃는 모습을 봤다”며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부쩍 늘어나는 등 빠르게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