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의 럭셔리한 유혹… “100% 캐시미어 어때요”

입력 2015-12-21 19:43
CJ오쇼핑, GS샵, 롯데·현대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는 캐시미어 100% 제품들.

올겨울 홈쇼핑 패션은 고급 소재 경쟁에 나섰다. 최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울·나일론 혼방 코트 등 저가 의류상품으로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어렵게 된 홈쇼핑 업체들이 최고급 소재의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치소비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하는 소비행태를 가리킨다. 무조건 아끼는 알뜰소비나 남을 의식하는 과시소비와는 달리 실용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격이 강하다.

CJ오쇼핑 패션의류팀 최요한 팀장은 “올 겨울 국내 패션 시장에서 트렌드 소재로 떠오른 캐시미어가 홈쇼핑에서도 인기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특히 홈쇼핑 브랜드에서는 100% 최고급 캐시미어 제품이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캐시미어는 ‘섬유계의 다이아몬드’로 불릴 만큼 최고급 소재다.

CJ 오쇼핑은 뉴욕의 최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인 ‘캐서린말란드리노’ 캐시미어 100% 코트(188만9000원)를 지난 9월 처음 선보인 이후 7번 방송 만에 50억원어치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27일 방송에서는 30분 만에 1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양윤호 디자이너와 국내 및 유럽에서 활동하는 박문희 디자이너가 협업한 브랜드 ‘윤호문희’ 캐시미어 100% 앙상블(12만7000원)도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한섬과 협업해 선보인 브랜드 ‘모덴’의 캐시미어 100% 니트 및 코트는 1시간 동안 10억원어치나 팔려나갔다. 이밖에 수입브랜드인 ‘헤리티지’ 캐시미어 100% 코트(79만8000원) 등 캐시미어 제품들은 목표 대비 평균 135∼148%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GS샵은 ‘쏘울 이태리 캐시미어 100 코트’(59만9000원)를 첫 방송 35분 만에 4000세트를 완판하는 기염을 토했다. ‘쏘울 까르벵 캐시미어코트’(24만9000원) 등 캐시미어 상품들이 방송 때마다 목표 매출을 20∼30% 초과 달성하고 있다.

롯데 홈쇼핑도 다니엘에스떼의 ‘헤리티지라인 캐시미어 100% 니트 풀오버’(8만9000원) ‘캐시미어클라스 더블톤 캐시미어 100머플러’(15만8000원) 등이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캐시미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동물 섬유 중 최고급으로 꼽히는 비큐나 제품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비큐나는 에콰도르 남부,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북부 등의 해발 5000m 이상의 고지에 서식하는 야생 라마에서 채취한 섬유다. 가늘고 광택이 풍부하며 모든 동물 섬유 중 가장 곱고 부드러운 섬유로 평가되고 있어 최고급 고가의 수입 브랜드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소재다. GS샵의 ‘쏘울 비큐나 카디건 재킷’(캐시미어 90%·비큐나 10%·29만9000원)이 그 주인공이다.

홈쇼핑의 캐시미어나 비큐나 제품들이 홈쇼핑 제품들 중에는 최고가에 속하지만 백화점 브랜드와 견줘 보면 훨씬 저렴한 편이다. 백화점의 수입고가 브랜드의 캐시미어 코트는 보통 1000만원선을 웃돈다.

GS샵 패션의류팀 이미화 팀장은 “홈쇼핑 의류들이 최고급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것은 홈쇼핑이 직접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기획을 통해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홈쇼핑들은 요즘 일제히 세일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집 명목으로 한겨울 옷을 할인판매하고 있는 것. 캐시미어 제품들도 예외는 아니다. 21일 현재 GS샵은 ‘쏘울 비큐나 카디건재킷’을 3만원 할인, ‘쏘울 카르벵 캐시미어코트’를 5만원 할인 판매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헤리티지 캐시미어 코트 가격을 11만원이나 할인하고 있고, 모덴 풀오버는 4만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

현대 홈쇼핑 관계자는 “이맘 때 세일을 잘 활용하면 최고급 소재의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마련할 수 있다”면서 “최고급 소재는 소량 주문 생산하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놓칠 수 있으므로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