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왜 높게 평가했나… “신용 지표 앞으로도 견고”

입력 2015-12-20 21:46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한 데는 신용 지표가 건전한 데다 앞으로도 견고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을 추진할 제도적 역량이 뛰어난 것도 이유로 꼽혔다.

무디스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5년간 3% 내외의 성장으로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1인당 소득도 유럽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무디스에서 Aa2 이상 등급을 부여한 것은 주요 20개국(G20) 중 7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재정부문이 후한 점수를 얻었다. 한국의 통합재정수지는 2010년 이후 흑자 기조를 지속했다. 대외부채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에 불과하며 단기외채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진 점도 높이 평가됐다. 무디스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GDP 대비 0.5% 수준의 재정흑자를 이어가고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도 40%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20일 “경제체질이나 대외건전성, 성장성 등 기초 체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글로벌 위기 등으로 안 좋았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가 선방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상황이 출렁이는 때에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조치는 우리나라의 신뢰도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당장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런 혼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잇따른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대해 정부가 이를 정책 성공의 결과라는 식으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평가기준이 국가재정상황 등 국민체감이 덜 되는 거시지표 위주로 돼 있는 데다 최근의 경제실적을 담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의 기준은 성장세보다 외화표시로 발행하는 채권들을 잘 갚을 수 있느냐를 본다”면서 “여기에 무디스 보고서를 보면 2%대 성장률 등 올해 한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디스가 신용평가를 올리면서 지적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무디스는 “한국의 기초경제여건(펀더멘털)은 향후 3∼5년간 강하겠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중국의 경기 둔화라는 도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의 가능성은 작지만 한국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북한의 붕괴 가능성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GDP의 80%에 달하는 가계부채 역시 내년 경제 성장에 장애 요소가 될 것이며 장기성장 전망 악화, 공기업 등 정부재정 악화 등도 향후 신용등급 하향 가능 요인으로 꼽았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