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포스(Force·기운의 원천)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SF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리즈인 스타워즈의 신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18일(현지시간) 북미 박스오피스(매표실적) 신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수천명의 ‘제다이’(영화 속 등장하는 정의의 기사단)들이 쏟아져 나와 광란의 ‘광선검 전투’를 벌이는가 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스타워즈를 보러 가야 한다”며 기자회견장을 나섰다.
‘깨어난 포스’는 북미 대륙 공식 개봉일인 18일 하루 만에 1억2050만 달러(약 1427억원)의 매표실적을 기록했다. 공식 개봉 전야인 17일에도 5700만 달러(약 675억원)를 거둬들여 기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가 갖고 있던 공식 개봉일·개봉 전야 최고 수입 기록을 모조리 경신했다. 개봉 첫 주 최다 수입은 물론 역대 최고 흥행 기록(아바타 27억8800만 달러)도 새로 쓸 기세다.
전설의 귀환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들썩이면서 열풍은 이미 예고됐다. 소셜 미디어 분석업체인 유니온 메트릭스사는 “개봉 첫날 트위터에서 스타워즈 관련 트윗글이 200만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18일 개봉을 기념해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3개 도시에서 열린 광선검 전투에는 2만여명이 참여해 또 다른 신기록을 세웠다. 날이 저물자 각 도시에는 수천명의 팬들이 광선검을 들고 몰려들어 자정까지 칼싸움을 벌였다. 런던 프리미어 시사회에도 수많은 팬들이 광선검을 흔들었고 런던의 랜드마크 넬슨 기념탑은 야광 조명을 밝혀 52m짜리 광선검으로 변신했다.
서구권의 흥행 돌풍에 비해 국내 관객의 반응은 다소 미적지근하다. 국내 개봉 3일째인 19일까지 누적관객 71만152명을 기록, 국산영화 ‘히말라야’에 이은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반된 열기는 역설적으로 스타워즈 광풍을 이해하는 핵심인 ‘팬덤’(열광적 지지층)의 유무에서 기인한다. 시리즈물의 특성상 ‘세계관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흥행 돌풍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1977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스타워즈’(전체 중 4번째 에피소드에 해당)가 등장한 이래 1983년까지 이른바 ‘클래식 3부작’(에피소드 4·5·6)과 함께 성장기를 보낸 서구권 팬들은 두터운 ‘스타워즈 키즈’층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중장년이 된 이들이 40여년에 걸쳐 자녀와 그 자녀에 이르기까지 3대가 함께하는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과학과 서부극, 제국주의와 사무라이 등 일본문화, 냉전과 고대 서사시가 어우러진 ‘현대판 신화’는 그렇게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소비되고 있다.
정건희 기자, 이광형 문화전문 기자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광선검 치켜들고 흥행기록 뚫는다… 10년 만에 나온 신작 광풍
입력 2015-12-20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