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서열 1위가 무기중개상과 유착·부인도 ‘호가호위’…‘방위사업 비리’ 최윤희 前 합참의장 기소

입력 2015-12-20 21:43
최윤희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70여일 전까지 군(軍) 서열 1위였던 최윤희(62·사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특정 무기중개상과 ‘아삼륙’으로 지내면서 무기 성능평가 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전 의장의 부인도 남편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현역 장성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최 전 의장을 뇌물수수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합참의장 출신이 재판에 넘겨지기는 1996년 ‘율곡사업 비리’ 수사 때의 이양호 전 국방장관 이후 19년 만이다.

◇합참의장 부인의 ‘치맛바람’=“미국 것은 절대 안 돼. 총장님(최 전 의장)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 최 전 의장의 부인 김모씨는 2012년 2∼5월 해군 전력기획참모부장 박모(57·수감 중) 소장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 당시 사업비 1조3036억원 규모의 차기 해상작전헬기 사업기종을 놓고 영국·이탈리아 합작인 ‘와일드캣’과 미국의 ‘시호크’가 경합하고 있었다. 해군참모총장의 부인이 해당 사업의 지휘관을 불러 노골적으로 와일드캣을 민 것이다. 이는 와일드캣 중개를 맡은 S사 대표 함모(59)씨의 ‘오랜 관리’의 산물이었다.

함씨는 한 달에 1회 이상 김씨를 접촉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고급 음식점을 공짜로 이용하게 했다. 김씨가 다니는 절에 2000만원을 시주한 적도 있다. 최 전 의장의 해군사관학교장 시절 공관병을 자기 식당에 취업시켜줬다. 김씨는 남편에게 “함씨의 사업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와일드캣이 도입 기종으로 선정된 직후에는 “함씨가 인사를 할 텐데 얼마나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주변에 하기도 했다.

‘사모님의 지원’ 속에 와일드캣은 실물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2013년 1월 도입이 결정됐다. 최 전 의장은 ‘성능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문제없이 통과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허위 시험평가서에 대한 최종 결재·승인도 그가 했다.

이후 부인 김씨와 아들은 함씨에게 개인 사업자금 2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부탁하고 지난해 9월 15일 우선 2000만원을 받았다. 최 전 의장은 “돈이 오간 것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합수단은 돈을 받은 다음 날에 함씨가 합참의장 공관을 방문해 저녁식사를 했고, 같은 달 17∼18일 최 전 의장과 세 차례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합수단은 이 2000만원을 근거로 최 전 의장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김씨는 처벌하지 않았다. 남편이 기소된 데다 민간인 신분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합수단은 설명했다.

◇軍 수뇌부 ‘가족’을 로비 타깃으로=무기중개상 함씨는 와일드캣 외에도 K-11 복합형 소총, K1A1전차 포수조준경 렌즈 등 자신이 중개·납품하는 사업에서 금품 로비를 벌였다. 책임자의 가족이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

예비역 중장인 정홍용(61)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은 2013년 5월∼지난해 4월 해상작전헬기 소요량 분석 등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함씨에게 현금과 신용카드 대금 등 32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정 소장은 아들의 유학 자금으로도 4000만원을 챙겼다.

심모(58)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10월 폐업 위기에 몰린 동생의 사업자금으로 1억원을 무상대여 받았다. 기술용역료 명목이었지만, 합수단은 무상대여로 챙긴 금융이익 3300여만원을 뇌물로 봤다. 함씨는 방산업체 한화탈레스 전 사업본부장 임모(63)씨에게 납품 편의 제공 대가로 25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합수단은 함씨와 정 소장, 심 위원을 모두 불구속 기소하고, 임씨를 약식기소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