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26만명이 숨지고 43만명이 태어났다. 그런데 세계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일본은 지난해 130만명이 죽었고, 100만명이 태어났다. 한 해 130만명, 특히 여유 있는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장례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일본 경제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이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장례 관련 엑스포인 ‘엔덱스(Endex)’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가장 기본인 관(棺)은 물론 관에서 쓸 베개와 다다미 깔개를 비롯해 운구차, 유족들이 입을 상복, 재를 담을 항아리, 비석, 문상객 답례품 등 수백 가지의 물품이 전시됐다.
이런 전통적 장례용품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선 장례 시장에도 ‘럭셔리’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죽어서 지구를 떠나 우주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이 많아지면서 화장한 재를 우주 공간에 뿌려주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분야 대표적인 기업인 갤럭시 스테이지는 화장한 재를 정기적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을 이용해 대기권 밖으로 보내주는 데 430만원을 받고 있다. 또 950만원을 내면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에 재를 탑재해 240년간 가족들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지구를 벗어나 더 먼 우주로 나가는 비용은 2480만원이다.
숨진 이들의 재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주는 업체도 흔해졌다. 특히 여성 고객이 많다. ‘하트 인 다이아몬드’의 나오토 기구치씨는 “여성들이 숨지면 남편 또는 시댁 식구들과 함께 묻히거나 시댁 납골당에 안치된다”면서 “그런데 여성들이 정작 자신과 피를 나눈 친정 식구와는 함께 묻히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해 친정 부모의 재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죽어서도 관 속에 가져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의 장례시장 규모는 410억 달러(약 49조원)다. 2038년에는 한 해 170만명이 숨질 것으로 추산돼 장례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WP는 “일본에서는 ‘죽음’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죽음’의 역설… 日경제 도우미로 뜬다
입력 2015-12-2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