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국방·와인여왕 ‘포스트 메르켈’ 노린다

입력 2015-12-20 21:37



‘엄마(무티)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독일을 유럽의 맹주로 키운 앙겔라 메르켈(61) 독일 총리의 뒤를 과연 누가 잇게 될까. 난민 수용 정책 등으로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유럽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간) 율리아 클뢰크너(43) 독일 기독민주당(CDU) 라인란트팔츠주 대표를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열 잠재적 후보로 꼽았다.

클뢰크너 대표는 같은 당 메르켈 총리 이후 독일을 이끌 ‘금발의 희망’으로 불리고 있다.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것은 정치적인 사건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가 1995년 ‘와인 여왕’으로 뽑히면서다. 독일의 와인 여왕은 와인 산업과 와인 제조과정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여성을 뽑는 일종의 홍보대사다.

온천과 와인으로 유명한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 동부 바트크로이츠나흐에서 와인 판매업자의 막내딸로 태어난 그녀는 와인 여왕으로 얻은 명성을 발판 삼아 정계에 뛰어들었다.

클뢰크너 대표는 2002년부터 독일 연방의원을 지냈고 메르켈 총리 집권 2기에 소비자·식량 및 농림부 장관을 맡았다. 현재 기민당 라인란트팔츠주 대표와 함께 당 부대표도 맡으면서 반(反)낙태, 이슬람 의상인 부르카 착용 금지, 줄기세포 연구 금지 등을 주장하며 당내 보수파를 대변하고 있다.

로이터는 “클뢰크너는 ‘메르켈을 대체할 인물’로 조용히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면서 “클뢰크너는 메르켈과 달리 카메라 앞에서도 편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과거 마인츠대에서 그녀를 가르쳤던 정치학자 유르겐 팔터는 “그녀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포장할지 잘 아는 타고난 정치적 재능을 가졌다”면서 “메르켈이 영원히 총리로 남을 순 없으며, 메르켈의 시대가 끝나면 총리직은 클뢰크너에게 그리 먼 곳이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라인란트팔츠 주지사 선거는 클뢰크너 대표가 도약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클뢰크너 대표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57) 독일 국방장관이다. 클뢰크너 대표와 달리 저명한 정치 가문에서 태어나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치에 입문한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사실 메르켈 총리 집권 2기 때 메르켈 총리에게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다. 그녀는 메르켈 정부에서 여성가족청년장관, 노동사회장관 등을 맡아 여성 임원 쿼터제와 최저임금제 등을 밀어붙이면서 메르켈 총리와 부딪쳤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가 2013년 말 집권 3기를 시작하면서 그녀를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자리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폰데어라이엔은 사회정책뿐만 아니라 국제 이슈에도 항상 관심을 기울여 왔다”면서 “도전으로 가득 찬 흥미진진한 임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가 후계 구도를 가시화했다고 분석했다.

더타임스는 ‘포스트 메르켈’을 뽑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뢰크너 대표가 폰데어라이엔 장관에 뒤졌다고 전했다.

클뢰크너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의 목표는 주지사가 되는 것이고 우리에겐 아주 좋은 총리가 있다”면서 “총리의 시간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2011년 라인란트팔츠 주지사 선거에서 사회민주당(SDP) 후보에게 근소한 차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것과 달리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제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