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회전판!”
제과제빵 실습이 진행되던 교실에서 한 여학생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던 선생님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중학교 1∼3학년 아이들은 느리지만 차근차근 케이크를 완성해 나갔다. 주걱을 쥔 손으로 생크림을 섞고, 스펀지케이크에 설탕 시럽을 발랐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학생까지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친 지난 17일 서울 성동광진 특수교육지원센터는 포근했다.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제과제빵 수업과 공예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이날 수업은 이번 학기 마지막 시간이었다.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주로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직업교육을 한다. 이 센터 건물은 행당초등학교와 같은 담장 안에 있다. 2011년 센터가 문을 연 뒤로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하루 30여명씩 중·고등학교 발달장애 학생이 오간다.
혹시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건물 출입문은 인터폰으로 연락해야만 안에서 열어주도록 돼 있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오가는 교문도 따로 있다. 다만 행당초 학생과 마주칠 일이 아예 없지는 않다. 센터 건물의 3, 4층은 방과후 수업을 하는 초등생과 함께 쓴다. 때때로 서로 어울리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안전사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솔 교사가 학생들의 등하교를 함께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학부모들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센터의 한 지도교사는 “일부에서 걱정하는 사고나 큰 문제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아직도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시설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동대문구 동부교육지원청 앞은 어수선했다. 성일중학교 안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능력개발센터를 짓는 데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민과 학부모 10여명은 피켓을 들고 “청장년 발달장애인이 내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 들어온다는데, 이걸 걱정하는 것도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냐”고 외쳤다. 손에 든 피켓에는 ‘성일중학교와 직업센터가 공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발달장애인 직업센터는 필요하지만 남녀공학 중학교 안에 설립하는 건 안 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반대집회를 하던 한 주민은 “멀리서 보면 님비 현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중학교 안에 연령대가 다른 장애인 학생들이 드나든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당분간 집회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센터 건립 공사가 재개됐지만 주민들과 학부모 반발은 여전하다. 주민들은 중학교에 연령대가 다른 고등학생과 성인이 드나드는 건 위험하고,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를 6차례나 열었지만 갈등의 틈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내 초·중학교에는 현재 11개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지역 교육청마다 의무적으로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행당초등학교처럼 교내 다른 건물을 쓰기도 하고, 같은 건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교육청 염유민 장학관은 “동작구 문창초등학교는 1층을 초등학생과 발달장애 학생들이 나눠 쓰고 있다. 인솔교사나 보호자가 함께 다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어떤 센터에서도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기획] 중학교 내 발달장애인 직업센터, 위험하다고 반대하는데… 초교에도 설치 수업 활기, 사고는 ‘0’
입력 2015-12-20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