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전원교회에서 만난 한 교인은 “교회에 못 보던 사람이 나타나면 우리 목사님 어디 다른 교회로 모셔 가려고 온 거 아닌가 가슴이 철렁해요”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온유한 성품과 성실한 스타일의 최형 목사에 대한 신뢰감을 감추지 않았다.
신뢰받는 비결을 묻자 최 목사는 ‘머슴목회’를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교회에 궂은일이 생기면 알리는 대신 혼자 조용히 알아서 해 버린단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노인들이 많은 농촌교회를 섬기면서 목회자의 권위를 세우는 방법은 본인이 솔선수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인 절반이 65세 이상의 노인이지만 노인목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대신, 목회자의 인격과 교인의 신앙훈련이라는 본질을 더 중시한다. 노인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지도 않는다. 복지 차원에서 목회에 접근했다가 본질을 놓치고 변질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설교도 원칙적이고 신학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하고 있다. 노인들이 많다고 쉬운 예화나 세상 이야기를 빙빙 돌려가며 설교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생각하던 노인들도 “우리 목사님은 설교도 잘 한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아내 전윤희 부목사와 동역하는 점이 큰 힘이 됐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인 두 사람은 부부목회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롤모델로 꼽힌다. 최 목사는 전남 목포에서 청년 시절, 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했던 전 부목사를 처음 만났다.
결혼 뒤 부부공동목회의 꿈을 품어왔던 두 사람은 지금 임실에서 그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최 목사가 앞에서 목회를 이끄는 동안 전 부목사는 뒤에서 세심하게 교인들을 챙긴다. 부부는 부임했을 때 노령 교인이 많아 선교 전략에 적잖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모였다면 하기 힘들었을 일을 부목사라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여름성경학교 식단표를 짜는 것부터 시골 노인 특유의 선입견을 바꾸는 교육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전 부목사는 노인들을 교회 일에 참여하도록 격려하고 끌어들이는데 기여했다. “난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는 노인들에게 “70세면 7살, 80세면 8살”이라면서 “아직 10살도 안 됐으니 잘 모를 수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노인들과 함께 교회를 섬기고 있다.
임실=글·사진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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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0 20:44 수정 2015-12-20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