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난 화가 박권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배우 최민식, 개그맨 전유성, 소설가 박인식, 화가 오만철 등 문화계 인사 106명이 2013년 결성한 ‘박그사’가 그것이다.
‘박그사’가 주관하는 ‘박권수 10주기 추모전’이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 타이틀은 작가의 모든 것을 선보인다는 의미로 ‘올 댓(All That)’이라고 붙였다. 그동안 유작 일부를 전시한 적이 있으나 초기작부터 숨지기 직전까지 그린 300여점을 전시장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한꺼번에 펼쳐 보이기는 처음이다.
충남 서천 출신인 박권수는 홍익대 미대를 나와 1982년 서울미술회관 데뷔전을 시작으로 31차례나 개인전을 열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했다.
미국 프랑스 일본에 미술 한류를 전한 그는 90년 소련 모스크바에서 한국 화가로는 처음 전시를 가졌다. 또 친구였던 화가 최찬식의 소개로 그의 동생인 배우 최민식과 홍대 앞에서 디자인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2005년 병으로 생을 마감한 박권수의 초기 작품은 ‘소외된 인간의 고뇌’를 주제로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의 자화상을 그렸다. 90년대부터는 소나무와 옛 동산을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꾀하는 그림을 그렸다. 작품이 한결 밝고 따스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소나무를 붉게 그리고 자화상을 집어넣은 ‘Something After’(사진) 등이 이번에 출품된다.
‘박그사’의 공동대표인 최민식·박인식·전유성은 ‘내일 더 빛날’이라는 제목의 도록에 “우리는 여태 한정된 시간 속에서 파편으로만 박권수를 보아 왔다. 이제야 그의 미학세계를 진정으로 들여다보게 됐다”고 썼다. 도예가로 활동하는 부인 황예숙씨는 “자신의 목숨보다 그림을 더 사랑한 남편의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이제야 그의 미학세계를 진정으로 보게 됐다”… 55세에 숨진 천재화가 박권수 10주기 추모전
입력 2015-12-20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