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집권 이후 4년여 동안 설익은 대외 전략을 남발했다. 그 탓에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좌충우돌하는 경향이 짙었다. 핵보유국을 자처하며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선언했지만 되레 잠잠했던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력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우방이던 중국과도 수시로 갈등을 일으키며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러시아와 추구한 신(新) 밀월 역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견제만 늘리는 역효과를 낳은 셈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대외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제1비서는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2013년에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천명했다. 이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는 등 핵능력 다종화에 나섰다. 이런 태도는 ‘미국의 핵’ 대 ‘북한의 핵’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동등한 위치에서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속내에서 비롯됐다.
이미 핵을 보유한 만큼 북한만을 타깃으로 핵 포기를 강요하는 건 맞지 않으며, 대신 모든 핵보유국이 핵 군축에 돌입할 경우 북한도 참여할 수 있다는 프레임이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아무 조건 없는 평화협정을 제안하는 등 대미 관계의 새판을 짜려고 해왔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 합의하면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비핵화 압박이 고조됐다. 북한이 최근 남북 당국회담에서 북핵 압박에 나서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은 북한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북·중 관계는 김 제1비서 집권 시작부터 삐걱댔다. 그가 중국통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하면서는 아예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강한 불신 기류도 형성됐다. 당시 중국은 이례적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094호에 즉각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또 시 주석은 북한 대신 남한을 먼저 방문하며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었다.
‘김정은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러시아마저 최근 김 제1비서의 4차 핵실험 시사 발언, 장거리 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북 압박에 동참했다.
결국 북한은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대신 대외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한 것을 계기로 대중 관계 회복에 나섰다. 또 당국회담으로 남북관계도 봉합을 시도하는 중이다.
김 제1비서는 내년 제7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대외 관계를 완연히 회복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에 ‘급파’된 모란봉악단이 공연 직전 돌연 귀환하는 등 미숙함도 여전해 성과에 물음표가 찍혀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北 김정은 집권 4년] ‘핵’ 앞세운 설익은 대외전략… 국제적 고립 심화
입력 2015-12-20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