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한국경제 어디로] 일부 신흥국 주문 취소·연기… 한국수출에 ‘불똥’

입력 2015-12-20 21:33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에도 세계 금융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장 경천동지(驚天動地)하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본격적인 고난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당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그것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파급력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미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부채 위험은 커질 것이며, 이들 나라에 대한 한국의 수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미 금리 상승과 함께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되면 기업 부채 관련 부실 위험도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일 “연준이 금리를 내년까지 1% 포인트 이상 올린다면 국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둔화 속에 우리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커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수출에 대한 우려는 여러 경제기구·단체에서 공통적으로 나온다. 코트라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환율 급등(통화가치 하락)으로 신흥국의 수입 수요가 위축되면서 이들에 대한 우리 수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신흥국에서는 통화가치 하락에 주문을 취소 또는 연기하거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 일부에선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코트라는 전했다. 미 금리 인상이 시작됨에 따라 이런 현상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도 “미 금리가 점진적으로 인상되더라도 중국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같은 불안 요인들과 맞물리면 신흥국 경기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자국 경기 개선에 따른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역협회는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에 따라 미국 제조업이 부진할 경우 대미 수출 증가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대미 수출 증가보다 대신흥국 수출 감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자국 경제를 방어하려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일본·유럽·중국과 해외시장에서 더 격렬하게 싸워야 하는 문제도 있다. 장수영 코트라 통상전략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유럽·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며 “인도·베트남·멕시코 등 기회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우리 제품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금리도 올라 한계기업(재무구조가 부실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지는 것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식으로 반응하면 기업 부채와 같은 취약한 고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장기 시장금리는 미 금리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미국 장기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마다 국내 장기금리는 3개월 후에 0.42% 포인트씩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꾸준히 올린다면 한계기업이나 과다채무기업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닥친다”며 “그런 면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