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신당, ‘호남당’에 머물러선 안돼

입력 2015-12-20 17:34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곧 신당 창당에 착수할 예정이다. 2013년 11월 신당 창당 추진을 선언한 이후 2년1개월 만의 재도전이다. 그가 구상 중인 신당은 ‘새정치를 추구하는 중도 전국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反)새누리당, 비(非)새정치연합을 표방해 총선에 임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안 의원의 탈당과 신당 창당은 야권 분열임에 틀림없지만 중도성향의 제3당을 안착시킬 수 있다면 극한의 대결정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이 ‘호남야당’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야권 지지자들을 걱정스럽게 한다. 새정치연합 탈당 세력의 면면에서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가장 먼저 탈당한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문 의원은 인천이 지역구이지만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지역구가 경기 의왕·과천인 송호창 의원은 안 의원의 최측근임에도 탈당을 꺼리고 있다. 송 의원은 부산에서 고교를 나왔다. 반면 20일에는 광주에 지역구를 둔 김동철 의원이 탈당했다.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들면 창당 작업을 진행중인 광주 출신 천정배·박주선 의원, 전북 출신 정동영 전 의원 등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안 의원이 호남야당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총선에서 전체 야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선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도권에선 새정치연합과 치열하게 경쟁함으로써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길 수 있다. 야권 일각에서 1988년 13대 총선 때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이 서울에서 각각 17석과 10석을 얻은 적이 있다며 전체 야권의 덩치를 키울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착각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은 국민 기대와 지역 대표성 측면에서 당시 김대중·김영삼 총재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

안 의원이 독주를 일삼는 박근혜정부를 강력히 견제해 주길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뜻을 생각한다면 신당 추진 과정에서 전국정당을 제1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 및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기존 야권에서 외연을 제대로 확장시키지 못할 경우 뭣 하러 탈당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세력확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총선 직전에 새정치연합과 연대하는 방안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문 대표와 최악의 막말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 세력이 공멸하는 것은 결코 국민 바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