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들뜨거나 폄하할 것 없다

입력 2015-12-20 17:35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9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높인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 등급은 한국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역대 평가 중에 가장 높은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서도 7개국에 불과할 정도의 좋은 성적표다. 무디스의 이번 결정은 당장 미국 금리 인상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의 방파제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단숨에 높였다거나 경제적 여건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평가의 근거는 주로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고 외환보유액이 많아 부채상환 능력이 높다는 데 있다. 즉 나라살림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비교적 괜찮다는 것이지 현재와 미래의 경제 상황이 아주 밝다는 메시지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들 신용평가사의 판단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 3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이전에 비해 최고 수준으로 높인 사례를 든다. 불과 한 달 후 외환위기가 닥쳤고 신용등급을 다시 크게 낮춘 것은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과거의 수치와 통계를 활용해 기계적으로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의 국가 신용등급 조정은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된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이유도, 너무 폄하할 까닭도 없다. ‘경제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현실에 맞게 유연하되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게 최선의 방식이다. 대통령과 여당처럼 특정 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위기론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불안감을 확산시킨다든지, 최경환 경제팀이 그랬듯 실제 이상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처신은 경제에 걸림돌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에 매몰된 듯한 야당의 태도 역시 옳지 않다. 무디스발 낭보를 정부와 정치권이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