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1일 신당 구상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여권이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 분열=총선 승리’라는 전망이 틀릴 수 있다는 징후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일 “여당 지지자 중 기존 정치권에 비판적인 수도권 중도층을 중심으로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중도성향 유권자를 ‘안철수 신당’이 흡수하는 시나리오다.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중도층을 신당에 잠식당할 경우 총선 승리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일보가 지난 10일 발표한 창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에서 응답자의 35.4%는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했고, 서울은 41.4%에 달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에선 안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서울에서 52%를 기록, 전국 평균(44%)을 크게 웃돌았다. 내년 총선 승패의 키를 쥔 수도권 중도층이 여야 구도를 탈피한 제3의 신당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야권 분열이 새누리당에 호재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새누리당이 누려온 정치적 지위도 유권자들의 이유 있는 만족감보다 다른 정당의 무기력함에 편승한 탓이 더 커 보인다”며 “야권발 지형 변화가 새누리당에 가져올 영향은 예측불허”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특히 중도층에서 일 것으로 보이는 ‘안풍(安風)’의 조기 차단을 위해 ‘4·13총선’ 전략을 짤 때 중도 실용 노선을 강화할 방침이다. 민생법안과 경제 살리기 법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 노선을 통해 중도층 표심에 호소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안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싸잡아 ‘무책임한 정쟁에만 몰두하는 구태 정치세력’으로 몰아세우는 프레임도 유지할 계획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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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0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