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 도입 비리 혐의로 최 전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1996년 율곡비리로 구속된 이양호 전 국방장관 이후 군 출신 인사 중에는 최고위직이다. 퇴임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재판에 넘겨진 직전 의장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그의 부인과 아들까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은 더하다. 군의 수치를 넘어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합수단에 따르면 최 전 의장은 해군참모총장 시절인 2012년 와일드캣이 해군의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는 것처럼 허위 시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실무진에 지시했다. 와일드캣은 실물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이듬해 1월 도입이 결정됐다. 이렇게 졸속으로 도입 기종이 결정된 배경에는 최 전 의장, 그의 부인과 아들, 와일드캣 도입 사업을 중개한 S사 대표 함모씨(불구속) 간의 깊은 유착이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 STX 계열사에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자신의 장남 회사에 7억7000만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후원금을 깎아주겠다”고 흥정까지 했던 그의 장남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두 건의 사례는 방산 비리가 군 최고 간부와 그의 가족, 무기 중개상, 방산업체 간 검은 유착 구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고위 공직자의 가족까지 비리에 연루될 경우 나라의 기강은 한없이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16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옷로비’ 사건에서 여실히 보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합수단은 1년여의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대규모 상설 수사팀을 유지해 군 간부는 물론 그의 가족까지 샅샅이 뒤져 방산 비리가 더 이상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설] 방산비리에 고위공직자 가족까지 연루돼 있었다니
입력 2015-12-20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