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인구의 연령별 편차가 극심하다. 특히 노인 세대의 독서율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낮다. 독서 부흥과 관련해 ‘노인 독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최근 발표한 2015년 결산자료 중 ‘성·연령별 판매권수 점유율’을 보면, 올 한 해 예스24에서 판매된 도서 중 ‘60대 이상’이 구매한 경우는 1.1%에 불과했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올 9월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949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분의 1가량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1%’라는 수치는 놀랍다. 반면 30대와 40대가 구매한 비율은 각각 38.6%, 36.4%로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의 75.0%나 된다. 10대의 구매 비율 역시 2.7%에 불과해 도서시장의 연령별 편차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노인층이 인터넷서점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의 대표격인 교보문고 자료를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2015년 성·연령별 판매 비중에서 ‘60세 이상’은 2.5%를 차지했다. ‘60세 이상’ 판매 비중은 2013년 2.3%, 2014년 2.5%로 지난 몇 년간 별 변화가 없었다. 또 ‘50∼59세’ 판매 비중(2015년 9.5%)과 비교해도 낙차가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노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는 또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가 그것으로, 올해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을 통해 집계한 독서인구는 ‘60세 이상’에서 27.1%로 나왔다. 노인 10명 중 7∼8명은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이다. 전체 평균은 56.2%로 조사됐으며, ‘60세 이상’과 함께 평균치 이하를 기록한 ‘50∼59세’는 47.1%였다.
독서와 나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들은 하나같이 한국에서 노인 독서가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올해 국내 최초의 시니어 전문 출판사인 ‘어른의시간’을 창립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노인층을 타깃으로 책을 내고 있는데 아직 잘 팔리지는 않는다. 노인들이 책을 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서양이나 일본에선 노년 독자들이 많다”면서 “특히 일본에서는 단카이세대(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책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노인 독서시장이 탄탄하다”고 덧붙였다.
독서토론 강사이자 ‘은퇴자의 공부법’ 공저자이기도 한 윤석윤(59)씨는 “지금의 노인 세대는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살아오지 못했다”면서 “책을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고 책을 읽는 게 습관이 안 된 세대이다 보니까 여가의 대부분을 TV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의에서 노인들을 만나보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싶은 욕구는 꽤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들을 도서관이나 독서모임에서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을 이끌고 있는 신기수 대표도 “노인들은 책을 읽는 습관이나 문화 자체가 굉장히 취약하다”며 “한국의 독서시장을 키우려면 노인들을 위한 책, 노인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60세 이상 노인층 독서실태 보니… 책 읽는 노인들 너무 적다
입력 2015-12-20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