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신사참배에 저항하다 순교한 주기철(1897∼1944) 목사가 성탄절 안방을 찾아온다. KBS1 TV는 오는 25일 오후 10시 성탄 특집 다큐멘터리 ‘일사각오 주기철’(연출 권혁만)을 방송한다고 20일 밝혔다. 권혁만 PD는 “과거 독립운동가로서 주 목사의 면모뿐 아니라 현재 일본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살아있는 신앙인의 측면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일사각오 주기철’은 아들의 눈으로 주 목사의 삶을 추적한다. 주 목사의 4남 주광조(1932∼2011) 장로는 생전 간증에서 “왜 아버님은 그렇게 어려운 가시밭길을 외롭게 걸어가야만 했던 것일까. 내 젊은 시절엔 이 질문과 이로 인한 방황이 계속됐다”고 말한다. 주 장로는 주 목사가 순교하던 해 열세 살 소년이었다.
주 목사는 순교자 이전에 독립운동가였다. 남강 이승훈 선생이 세운 오산학교에서 애국애족 정신을 배운 그는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만세운동에 참여했고 조만식 선생을 따라 물산장려운동을 펼쳤다. 그의 민족정신과 신앙적 양심은 신사참배 반대로 이어진다. 주 목사는 1935년 12월 평양신학교 신학생 부흥회에서 ‘일사각오(一死覺悟)’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예수를 버리고 사는 길은 죽는 길이요, 예수를 따라 죽는 길은 사는 길이다. 첫째, 예수를 위해 일사각오하자. 둘째는 남을 위하여 일사각오하자. 기독교 신앙은 자기를 희생해 남을 구원하는 것이다. 셋째, 부활 진리를 위하여 일사각오 해야 한다. 피로써 전해진 부활의 복음을 우리 또한 피로써 지키고 피로써 전해야 한다.” 당시 설교의 요약이다.
주 목사의 신앙은 일본 내 신앙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권 PD는 “일본에는 주 목사의 삶과 신앙을 연구하는 모임이 매월 한 차례 15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며 “주 목사의 신앙을 배운 뒤 성도들에게 ‘한국에 사죄하자’고 한 일본인 목사 스미요시를 촬영 중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60분 분량의 다큐는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등 기독교계가 연합해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다.
교계 방송들도 성탄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C채널은 23∼24일 오후 1시 다큐멘터리 ‘트래블 더 로드’라는 제목으로 네팔 지진 편을 방송한다. CBS는 23일 오전 10시 ‘새롭게 하소서’에 크리스천 배우 등을 초청해 찬양에 얽힌 삶을 얘기한다. 26일 오후 9시50분에는 손양원 목사의 삶을 담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을 방송한다. CTS는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은 사랑의 기적, 장기려’를 25일 오후 7시 방송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주기철 목사 순교 신앙, 성탄절 안방 찾아온다… KBS1 TV 성탄 특집 다큐 ‘일사각오 주기철’
입력 2015-12-20 19:23 수정 2015-12-20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