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훈·포장증서 용지를 전통한지로 대체키로 한 것은 수상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전통문화를 보전·계승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수묵 인물화의 대가인 김호석(58) 화백은 20일 “시중에서 유통되는 한지는 거의 대부분이 일제가 우리 문화를 침탈하려고 왜곡·변형시킨 한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지난 6월부터 ‘훈·포장증서 개선사업 TF팀’을 운영한 끝에 전통한지 재현에 성공했고 내년 3·1절 독립유공자 정부포상부터 훈·포장 증서를 전통한지로 만들어 수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화백은 전통한지 복원에 힘써온 인연으로 자문역을 맡아 이 사업에 적극 참여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조선시대 정조의 간찰(簡札·편지)을 성분 분석용으로 제공했고 같은 시기에 제작된 한지를 한지 장인(匠人)들에게 표본으로 나눠주며 전통방식대로 제작하도록 지도했다.
이 사업에는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운영하는 전국 10개 업체가 참여했고 장지방(가평), 청웅한지(임실), 안동한지(안동), 천양한지(전주), 신현세한지(의령) 등 5개 업체의 제품이 훈·포장증서 용지로 합격판정을 받았다.
김 화백은 “이들 5개 업체가 재현한 한지는 성분분석 결과 밀도, 내절강도, 투기도 등에서 조선시대 종이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천연재료와 도구 등을 사용해 만든 조선시대 한지는 두껍고 질겨 오랜 세월에도 변형이 거의 없다. 표면이 매끈해 붓이 마음먹은 대로 가고 화선지와 달리 먹이 번지지도 않아 중국 서화가들도 애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표백제와 화학잿물, 분쇄기 등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조법이 바뀌면서 지금의 한지는 품질이 현격하게 떨어졌다고 했다.
김 화백은 전통한지 재현에 성공했지만 보전·계승하려면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자부가 훈·포장증서를 전통한지로 대체하고 활용 대상을 확대해 가기로 한 것은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활용하는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수묵 인물화 대가 김호석 화백 “훈·포장증서, 전통한지로 대체… 조선시대 것 재현”
입력 2015-12-20 19:44 수정 2015-12-20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