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을 한 때 ‘배둘레햄’이라고 불렀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곳을 희화화하는 듯해 조금 거북했는데, 베들레헴의 뜻을 알고 나니 꽤 그럴싸해 보였다. 비옥한 땅 덕분에 붙은 베들레헴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랍어로 ‘고기의 집’, 히브리어로는 ‘빵의 집’이기 때문이다.
베들레헴은 매년 이맘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도시 수입의 65%를 관광에 의존하는 곳이지만 수천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성탄 시즌은 더 특별하다. 예수가 탄생했다는 마구간 위에 세워진 예수탄생교회의 성탄 자정 예배는 세계로 중계되고, 외신들은 촛불을 켜고 경건하게 기도하는 순례객의 사진을 쏟아내곤 한다.
20년 전 오늘, 베들레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1995년 12월 21일 베들레헴에서 정식으로 군대를 철수했지만 베들레헴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통제 하에 놓여있다. 베들레헴은 이스라엘이 세운 8m 높이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이스라엘군의 검문 없이 도시 출입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작 베들레헴의 밤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거리가 멀다. 불과 한 달 전에도 8개월 된 팔레스타인 아기가 이스라엘군이 쏜 최루탄에 질식해 숨졌다는 기사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인에게 총격을 가해 9명이 다치거나 숨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일상은 계속된다. 베들레헴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했던 한국 크리스천 대학생이 쓴 ‘베들레헴은 지금’이라는 책에는 뒤늦게 방영된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배우 얘기를 물어보며 수줍게 웃는 여대생들이 등장하고, 처음 만난 이방인을 거리낌 없이 집에 초대하는 순박하고 정 많은 이들이 소개된다.
책은 “2000년 전 구주가 내려온 땅, 지금은 평안하신가요?”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시작된 베들레헴에 진정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깃들기를 기도한다.
권혜숙 차장 hskwon@kmib.co.kr
[한마당-권혜숙] 베들레헴
입력 2015-12-20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