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동영 찾아가 “함께 합시다”

입력 2015-12-19 00:36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18일 전북 순창군 복흥면 답동리의 정동영 전 의원 자택을 방문해 전격 ‘막걸리 회동’을 마친 뒤 정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북 순창에 칩거 중인 정동영 전 의원을 직접 찾아가 복당(復黨)을 요청했다. 정 전 의원은 즉답을 피했다.

문 대표는 18일 오후 7시30분쯤 정 전 의원 자택을 방문해 1시간40분가량 전격 ‘막걸리 회동’을 했다. 회동 후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의원은 이명박정권을, 저는 박근혜정권을 출범하게 한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나눴다”며 “2017년 정권 교체를 위해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총선부터 힘을 합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복당 요청이냐’는 질문에 문 대표는 “네, 함께합시다. 그렇게 요청드렸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문 대표와) 마음은 형제”라며 “제 심장의 맥박이 빨라질 때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상상과 꿈을 꿀 때다. 그걸 위해 큰 틀에서 하나라 생각한다”고 언급해 복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이에 문 대표는 “정 전 의원이 이미 멀리 온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 많은 동지들이 다시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고 거듭 복당을 호소했다.

문 대표가 정 전 의원을 찾아가 독대한 것은 안철수 의원 탈당에 따른 호남 내 신당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고 야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다중포석으로 풀이된다. 독자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은 물론 안 의원 측에서도 정 전 의원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정 전 의원과 신당 세력 간 연대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진보 색채가 뚜렷한 정 전 의원의 복당을 통해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앞서 문 대표는 최재천 의원이 그만둔 정책위의장 자리에 이목희 의원을 ‘속전속결’로 임명했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김성곤 의원,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장에 백재현 의원, 예비후보자 이의신청처리위원장에 인재근 의원, 비례대표 선출 시행세칙 제정 태스크포스(TF) 팀장에 홍익표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문 대표 측은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라는 설명이지만 임명된 인사들이 모두 친문(친문재인)·범주류 인사라는 점에서 친위세력의 전진배치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정책위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보가 ‘우(右)클릭’ 한다고 중도의 지지를 받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