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육아휴직 느는데… 예산 ‘무대책’

입력 2015-12-18 21:04

‘워킹맘(대디)’ 휴직 지원을 위한 육아휴직급여 예산이 바닥나 정부가 고용보험기금 지출액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에만 두 번째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따라 육아휴직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정부 예산 지원이 그 속도에 못 미치면서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에는 남성의 두 번째 육아휴직을 지원하는 ‘아빠의 달’ 인센티브 등 저출산 대책이 확대돼 예산 부족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출산휴가·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육아지원금에 배정된 예산 8047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고용부는 이에 따라 고용보험 기금운용계획을 변경, 모성보호육아지원금 지출액을 464억원 증액했다. 모성보호지원금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로 조성된 고용보험기금과 정부 예산으로 구성되는데 이미 확정된 예산을 더 늘릴 수는 없으니 기금에서 지출액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확대하면서 모성보호정책을 위한 고용보험기금 지출은 이미 급속도로 증가해 왔다. 전체 모성보호지원금 중 정부 예산은 700억원으로 10%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체 실업급여 재원의 15%가 모성보호지원금에 쓰이면서 실업급여 재원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고용보험은 올해에만 두 번째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했다. 정부는 지난 11월에도 육아휴직급여 부족을 우려해 지출액을 720억원 증액했다.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며 육아휴직 확대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관련 예산 대책은 제대로 세우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일자리 지원 및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육아휴직 활성화를 내세웠다. 특히 부부 중 두 번째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100%로 상향해주는 ‘아빠의 달’ 인센티브를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대폭 확대했다. 고용부도 올해보다 내년 육아휴직급여 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정부의 내년도 모성보호기금 지원액은 올해와 같은 700억원만 배정됐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 결국 고용보험료를 올려야 해 사용자와 근로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애초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는 육아휴직급여를 정부가 보조하는 차원”이라면서 “육아휴직급여 지출 증가에 따른 부담이 커진다면 원칙적으로는 고용보험료를 올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