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리즈 Ⅱ] 핀테크 강자 ‘웹케시’… 미래분야서 ‘작은 거인’ 나와야

입력 2015-12-20 20:59 수정 2015-12-21 09:07
서울 영등포구 웹케시 본사에서 지난 17일 직원이 서버 이상 여부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웹케시는 국내 은행 60%에 인터넷(모바일)뱅킹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이다. 아래 사진은 ‘통찰력·상상력·꿈·창의력·열정’이라는 단어가 적힌 웹케시 본사 현판.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 220 KnK디지털타워에 있는 핀테크 전문기업 웹케시 본사. 이곳 19층 시스템관제센터에서는 직원들이 대형 모니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서버 이상 여부를 체크하고 있었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디도스(DDoS·다량의 정보를 한꺼번에 보내 과부하로 서버를 다운시키는 공격 방식) 공격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이 이뤄졌다. 은행 인터넷(모바일)뱅킹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웹케시 직원들의 얼굴에선 긴장감마저 엿보였다. 작은 장애라도 큰 불편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설립된 웹케시는 대표적인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꼽힌다. 주로 B2B(기업 간 거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회사여서 대중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간편하게 사용하는 금융생활에서의 혁신은 웹케시가 이끈 것이 많다.

웹케시가 개발한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는 ‘편의점 ATM 서비스’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돈을 입출금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지만 과거에는 은행을 벗어난 금융거래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모든 금융 업무는 사람이 직접 은행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한 뒤 이뤄졌다. 웹케시는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편의점에 주목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웹케시는 기업과 공공기관 ‘자금관리 서비스(CMS)’도 개발했다. 독거노인·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지원되는 복지예산이 과거에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통해 전달됐다. 손으로 금액을 적고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실수로 누락되는 경우도 많았다. CMS 시스템은 중간에 사람을 거치지 않고 서버 전자결제를 통해 직접 계좌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이 나온 뒤로는 횡령 사건도 크게 줄었다. 이밖에도 웹케시 윤완수(52) 대표가 매일 아침 경리직원으로부터 회사 자금 현황을 보고받던 중에 아이디어를 얻은 ‘기업 자금 관리 서비스’도 있다. 기업 계좌의 경우 일일이 인터넷뱅킹을 따로 로그인하지 않고 한번에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인데, 이 역시 웹케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다.

국내 내로라하는 금융기관들이 웹케시의 기술로 구현한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을 이용하고 있고 중국과 캄보디아, 일본 등에 한국의 핀테크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웹케시는 19개 국가 100여개 글로벌 은행과 연계해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핀테크만을 연구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였다. 그 결과 핀테크 전문인력 250여명을 포함해 8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국내 대표적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726억원에 달했다.

웹케시는 인터넷뱅킹, CMS 등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하는 핀테크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 서비스는 NH농협과 함께 추진하는 오픈 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농협 플랫폼을 통해 표준화된 금융 API(응용프로그램 언어)를 개방해 제공하고,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이를 활용해 자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IT 기업들이 구축한 플랫폼을 소비자가 단순히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 기업이 소비자에게 맞게 서비스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윤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은행에 접근하기가 힘든데, 농협과 함께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핀테크 생태계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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